권오준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권오준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동양일보]지난 3월 12일 공무원으로서의 첫 출근길.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한껏 신경 쓴 정장을 입고 집을 나섰다. 근무지는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자동차의 신규‧이전 등록, 말소 등 차량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입구로 들어서자 민원인들의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는 직원 두 명이 있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직원들의 애씀이 마음에 닿았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창구를 가득 메운 민원인들과 그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봤고 나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내가 맡게 된 업무는 차량의 이전 등록과 상속이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선배 공무원들의 도움으로 어느덧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업무에 잘 적응해 가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내가 느낀 점은, 관공서에서 배달된 등기 한 통에 수많은 공무원의 노력과 그것을 기초하는 수많은 법령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맡은 상속 업무만 보더라도 그렇다. 매달 초 사망자를 조사하고, 상속 선 순위자에게 안내 서류를 등기로 보낸다. 그 등기 한 통은 민법, 질서위반행위 규제법, 자동차등록규칙 등 여러 법령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등기를 보낼 때마다 가족을 떠나보낸 분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속이 지체돼 과태료를 내는 일이 없도록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려고 노력한다.

민원인들로 가득 찼던 어느 날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면접관의 질문이 떠올랐다.

“당신은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으신가요?”

나는 ‘청렴한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청렴은 무엇인가요?”

면접관의 후속 질문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청렴이란 나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지금 ‘나는 과연 자신에게 떳떳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민원인의 입장보다는 법과 규정만을 내세운 공직 생활을 해왔던 것이 아닌가? 지난 두 달간의 공직생활을 되돌아봤다.

청렴(淸廉)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뜻한다. 공무원은 국가의 얼굴이자 국민들의 손과 발이다. 그리고 공무원의 청렴은 국가가 국민에게 표하는 신뢰를 의미한다. 따라서 공무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면 안 된다. 다양한 업무를 접하며 잘못된 판단으로 청렴에 반하는 실수를 범할까 두렵기도 하다.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고 있지만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청렴을 실천하고 성실한 자세로 맡은 일을 수행한다면 국가와 지역사회는 흔들림 없이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의 중심에 선 공무원으로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나의 공직생활 동안 바른 생각, 바른 행동으로 청렴이라는 꽃을 활짝 피울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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