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가족이 성희롱 당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나”
병원측 “전수조사 했지만 별다른 문제점 찾지 못해”

병원장이 측근의 성희롱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충북대병원.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속보>=보복성 인사를 일삼고, 간호부장의 특별승진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구성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는 한헌석 충북대병원장이 지난해 초 원무과 여직원의 성희롱 사건을 축소·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26일자 3면·29일자 4면.

충북대병원은 지난해 1월 병원 내 화장실에 설치된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신고함을 통해 당시 병원장의 최측근이었던 원무과장 A씨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의 신고가 무기명으로 접수됐다. 이에 감사실이 원무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한 원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나 보고를 받은 한 원장은 A씨에 대한 성희롱 신고가 무기명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음해성 투서라고 단정 짓고 "너무 과잉대응을 하지 말라"며 묵살해버렸다. 얼마 뒤 같은 내용의 신고가 또다시 접수돼 한 원장에게 개선요구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원장이 직원의 성희롱문제를 두 차례나 직접 보고받았음에도 측근인 A씨를 보호하기 위해 사건접수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당시 A씨에 대한 피해사실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평소 여직원 용모에 대한 폄훼와 막말, 회식자리에서 억지로 술을 먹이고 어깨에 기대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병원 측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자 이 신고자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고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등에도 A씨의 성희롱 건을 진정했고, 각 기관에서도 충북대병원에 시정조치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성희롱 신고가 접수된 지 6개월이 넘도록 가해자와 피해자를 따로 분리하지 않은 채 한 사무실에 방치하기도 했다.

특히 총무과에선 병원 내부통신망(NIS)을 이용해 원무과 전 직원 51명을 대상으로 재설문조사를 벌인 뒤 사무국장, 약제부장, 간호부장, 노조관계자 등 6명으로 구성된 성희롱심의위원회를 열어 ‘문제가 없다’며 사건을 종결시켜 버렸다.

사실 내부전산망은 전산관리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IP추적을 할 수 있다. 즉 누가 어떤 내용의 글을 썼는지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 자체가 무리였던 것이다.

결국 A씨는 성희롱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고, ‘갑질금지법’이 시행되기 전날인 작년 7월 15일 서둘러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충북대병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만약 성희롱 피해자가 자신의 가족이었다면 제대로 된 조사나 처벌도 없이 이렇게 감싸주고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었겠느냐”며 “피해자는 여러 차례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에 힘들어하다 용기를 냈지만 병원 측이 ‘별 것도 아닌 것 같고 호들갑’이었다는 식으로 치부해버렸고, 노조조차도 병원장 눈치만 보며 침묵했다”고 비난했다.

충북대병원 대외협력실 관계자는 “지난해 초 성희롱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담당부서에서 절차에 따라 조사를 철저히 진행했지만 별다른 문제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조사과정을 거쳤고 당사자가 이미 퇴직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충북의료계 관계자는 “공기업은 물론, 사기업에서도 성희롱과 같은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가해자는 그 즉시 직무정지가 된 상태에서 철저한 조사를 받게 되고, 관련 부서원들에 대한 조사를 할 때도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자 원칙”이라며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 할지라도 병원장으로서 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 지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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