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희 취재부 차장 / 세종지역 담당

신서희 취재부 차장 / 세종지역 담당

[동양일보 신서희 기자]지난 5월 29일 정의기억연대 활동과 관련 기부금 유용 의혹 등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미안하지만 아니다"로 끝난 기자회견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런데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윤미향 의원의 기자회견문 전문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최교육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미향 당선인의 기자회견문을 꼼꼼하게 여러 번 읽었다”며 “페친들도 길지만 꼭 읽어보고 판단하실 것을 권하고 싶다”고 밝혔다. 모두가 예민한 시기에 정치인이 아니라 교육자, 특히 세종 교육계의 대표라는 교육감으로서 그 의도를 의심케 하는 처사라는 논란의 빌미가 제공됐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문 전문은 최 교육감 페이스북에서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세종시교육청에서는 "이슈되는 사항이니까 참고하라고 전문을 올린 것 뿐 개인적인 의견을 낸건 아니고 참고용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국 사태에 이어 이번 윤미향 파문은 우리 사회를 분열과 극단적 갈등으로 몰아갔다. 진보 교육감이라도 교육감이 정치적 사안에 선입관을 가지면 지역 교육사회는 정치적 편향으로 오염된다. 지금의 지방자치교육법은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 기간 토론과 연구 끝에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교육자치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다. 물론 정치·사회적 관심사에 관해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뜻이 같은 사람과 사이버 공간에서 교제하는 것이 SNS 이용의 큰 목적이다. 하지만 이미 SNS는 일정한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글을 올리면 순식간에 확산되는 ‘유사 미디어’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공적 영역이다. 현재 교육계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로 등교개학이 이어지고 있어 초긴장 상태다. 학생들은 하루종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쉬는 시간도 없이 학교생활을 이어가느라 친구와 우정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 교사들은 교실.온라인 교육.방역 등 할일이 산더미다. 감염위험에 노출되지는 않을까 늘 노심초사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감의 예민한 정치적 논란에 대한 '참고용 한마디'가 퍽 씁쓸한 것은 기분 탓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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