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천안에서 발생한 계모의 아동 학대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의붓 엄마에 의해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갇혔던 9살 초등학생 A군이 끝내 숨진 건 지난 3일 오후 6시 30분. 천안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군은 결국 숨졌다. 사인은 다장기부전증으로 인한 심폐정지로 추정됐다.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께 가로 44㎝·세로 60㎝ 여행용 가방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진 뒤 이틀 만이다. 이날은 초등학교 3학년인 A군의 새 학기 첫 등교일이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7시간 넘게 가방에 갇혀 있었다. 의붓 엄마가 병원 이송일 정오께 A군을 가로 50㎝·세로 70㎝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가 A군이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더 작은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고 한다. 그리곤 가방 속에 A군을 두고 3시간가량 외출까지 했다고 한다. A군은 ‘질식학대’로 숨진 셈이다.

A군의 몸 여러 곳에서는 멍자국도 발견돼 평소에도 심한 학대에 시달렸던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부모의 학대로 아이들이 희생되는 일이 반복되는 데 분노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몇 달 전쯤 인천에서는 의붓 아빠의 학대로 다섯 살짜리가 희생됐고 의정부에서는 친모가 네 살짜리 딸을 폭행해 숨지게 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에 아동학대가 구조적으로 만연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아동학대 범죄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아동학대 특례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신고를 의무화했고 친권 제한도 가능케 했다. 그럼에도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법 시행에 따라 더 많은 아동학대가 적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어린이 폭행에 대한 새로운 해결 방식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성인의 아동 폭행은 매우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나타나는 복잡한 현상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아동학대를 일회성이거나 개인적 성격 문제 차원만이 아닌 사회·심리적 병폐 차원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학대 정황이 발견되면 아이를 보호시설 등에 격리하고 학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친권제한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이번에 희생된 A군도 지난달 초 머리를 다쳐 병원 치료 중 학대 정황이 발견됐지만 집에 다시 돌아왔다가 재학대로 변을 당했다. 아동보호기관을 비롯해 경찰과 지자체 등의 세심한 관심이 부족했던 탓이다. 아동 학대를 막을 사회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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