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택현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류택현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새벽 2시, 어김없이 낑낑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휴, 오늘 밤도 편히 자기는 틀렸구나 생각하며 조금 더 침대에서 기다려 본다. 혹시 아기가 스스로 잠들까 기대해 보지만 열에 아홉은 다시 재우러 가야 한다. 대부분은 아내가 안고 달래야 잠이 들지만 손목 건초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터라 나도 같이 일어나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도와준다.

모유 수유 때문인지 우리 아기는 7개월째 통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새벽에 깨는 일상에도 어느 정도 적응했지만 피곤과 두통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200일도 넘었으니 이제 슬슬 수면 교육을 해야 되지 않나 아내와 여러 번 의논했다.

수면 교육이란 아기가 누워서 등을 대고 스스로 잠들 수 있도록 하는 가르치는 것을 의미하는데 요새는 아주 갓난아기 때부터도 시도하는 것을 권유하는 추세다. 수면 교육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양육자가 아기의 울음을 얼마나 견딜 수 있나이다. 잠이 와 우는 울음은 건강한 울음이니 어떤 책에서는 한 시간을 울려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아기의 울음을 1분 듣는 것도 굉장히 괴롭고 피곤한 일이다. 더군다나 아기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운 얼굴로 노심초사 발을 동동 구르는 아내의 얼굴을 1분 이상 보는 것은 그 이상 힘들다. 얼마만큼 울려야 하고 얼마만큼 안아줘야 하는지, 육아 지침서는 쏟아지지만 명쾌한 답은 없는 듯하다. 수면 교육의 효과를 칭송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전혀 쓸데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아기의 울음은 불편함을 호소하는 요청의 신호인데 이걸 무시하고 스스로 잠자기를 기다리는 게 맞는 건지, 답답한 마음에 이런저런 육아서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중 나 같은 초보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책을 하나 발견했다. ‘천일의 눈 맞춤’이라는 책인데 심리학을 전공한 남성 작가가 쓴 책이다. 아기의 생후 첫 3년이 성격과 기질의 근간을 형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에 대해 심리학적인 시각에서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데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몸 안에서 생명의 싹을 틔운 아가는 모체와 합일된 상태로 열 달을 자란 뒤 세상 밖으로 나온다. 이때 엄마와 몸은 분리되지만, 아직 자의식이란 것이 없는 아기는 만 1세가 되기 전까지 엄마와 자기를 구분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의 표정, 기분, 말투 등을 있는 그대로 자기 몸에 흡수한다. 이 시기의 경험은 감각의 기억으로 몸에 저장돼 한 인간의 성격과 기질의 기본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안정되고 편안한 정서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는데 나도 아내가 편안하면 아기도 덜 칭얼대고 잠도 잘 자는 걸 많이 경험했다.

이런저런 육아법이 많지만 결국 본질은 아기를 보살피는 나와 아내의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야 한다는 것인데, 수면 교육을 할까 고민했던 마음이 조금은 무색해졌다. 새벽에 깨는가 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 아기가 안정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