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동양일보]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년 같으면 고향 갈 생각에 마음이 들떠있을 텐데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 코로나19 때문이다. 감염병 확산을 우려하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올해는 사촌들과 함께 모여서 담소도 나누며 했던 벌초도 하지 못했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 고향방문을 자제하고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한 후 집에서 건강한 추석을 보내라는 방송과 문자 때문인지 대전에 사시는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이번 추석에 어떻게 할거냐고...추석날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동생도 이번에는 열차편으로 오지 않고 자차로 온다고 하셨다. 전화를 끊고 나니 코로나19로 바뀐 세상을 혹독하게 경험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가족간에 불화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부모님이 보상을 받았다거나 유산을 배분하는 경우에 그렇다. 소문에 의하면 몸싸움은 기본이고 소송에 칼부림까지 나는 집안도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되면 대개 왕래도 없어지고 소 닭 보듯 하다 인연이 끊어진다. 알만한 집 사람중에도 형제간에 왕래를 안한지가 십여년이 넘어 서로 사는 곳을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 형제자매들이 패를 갈라서 상대방을 헐뜯는 경우도 있고 어머니가 동생편을 들어 다툼이 본격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패를 가르면 대개 장남 대 나머지 형제자매들로 나뉘는데 이것은 장남에게 유산을 많이 주었던 전통 때문이 아닌가 싶다.

형제자매간 분쟁의 원인은 대부분 돈 때문이다. 서로 많은 몫을 차지하거나 덜 뺏기려고 혈안이 되어 아귀다툼을 보이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한집에서 형제자매로 성장하면서 사이가 좋았던 가정은 유산앞에서 체면도 차리고 서로 배려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서로 치고 받으며 상처를 깊게 주면서 컷던 형제자매들은 자기네 집이 콩가루집안이었다는 것을 온 몸으로 증명한다.

돈이 사람을 따라와야지 사람이 돈을 따라다녀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다. 부자가 되는 것도 순리를 따라야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 같다. 부자가 되는 경우는 두 가지 경우이다.

먼저, 조상이 부자인 경우 부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 여기서 부자라는 것은 재산은 백억대이상이고 하루 현금동원능력이 십억이상이며 한달에 생활비로 천만원이상 지출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국사회에서 이 정도 요건을 갖춘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부자의 정의를 이렇게 한 것을 언젠가 책에서 봤다. 부자는 삼대를 못간다는 말도 옛말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부자들은 부를 대대로 세습하기 위해 꾸준히 연습도 하고 공부도 해서 세금으로 재산을 빼앗기지 않고 합법을 가장한 온갖 부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다 돈으로 해결한다. 이들은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기에 투기와 투자를 교묘하게 병행하면서 부를 쌓는다. 인사청문회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보면서 부자가 되기 위한 그들의 집념과 욕망을 읽을 수 있었다. 돈 되는 것이라면 또 돈 버는 것이라면 부끄러움도 모르고 당당해지는 그들의 행태를 보면서 탐욕은 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둘째, 자신이 돈을 많이 벌면 부자가 된다. 돈 잘 버는 직업을 가져서 그럴 수도 있고 재능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운대가 좋아서 그럴 수도 있다.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의사나 법조인이 되라고 하는 것도 해당 직업이 돈을 잘 벌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자본주의사회에서 특히 한국에서 돈이 갖는 막강한 위력을 알고있는 부모들은 자식만이라도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며 기를 쓰고 자식들을 의대나 법대로 보내려고 한다. 예능이나 운동에 소질이 있는 자녀들을 연예인이나 프로선수로 키우려고 하는 것도 그런 직업이 연봉도 높고 돈을 잘벌기 때문이다. 실제 유명연예인이나 잘 알려진 운동선수들중에는 부자들이 많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 뒷걸음질 치다 쥐잡는 격인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 재운이 따르면 부자가 된다. 그런데 문득 부자들이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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