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일선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어일선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동양일보]어느날 갑자기 스무살 꽃처녀가 된 칠순 할머니의 누구나 꿈꿔볼만한 젊음의 빛나는 전성기를 보여주는 황동혁 감독의 영화 ‘수상한 그녀’.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은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고자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밤길을 방황하던 할매 말순은 오묘한 불빛에 이끌려 ‘청춘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그 곳에서 말순은 난생 처음 곱게 꽃단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대신한다는 맘으로 사진을 찍고 나온다.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데, 버스 차창 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는데, 오드리 헵번처럼 뽀얀 피부, 날렵한 몸매, 주름진 할매에서 탱탱한 꽃처녀의 몸으로 돌아간 것을 인지하고 그야말로 충격과 환희에 빠진다. 너무도 놀란 말순이 집으로 가는데, 정말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 말순은 다시 한번 멋지게 젊음을 즐겨보고자 결심한다.

욕쟁이 칠순 할매가 스무살 꽃처녀로 돌아간다? 누구나 상상해본 매력적인 일일 것이다. ‘수상한 그녀’는 이미 충무로에서 소문난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로 관계자들의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단순히 웃음만 선사하는 것이 아닌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여서 특히 끌렸다”고 밝힌 황동혁 감독을 필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 재미 있었다”(심은경), “너무 마음에 쏙 들었다. 한번 스무살이 되어서 마음껏 뛰어 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 영화가 바로 그랬다”(나문희), “재미있고 감각적이면서도 남녀 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박인환), “시나리오 만으로도 웃음과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이진욱), “코미디에 페이소스가 잘 묻어나 있어 주저 없이 선택했다”(김현숙)등 주연 배우들 또한 영화를 향한 자신감과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나문희씨가 영화 ‘열혈남아’로 제28회 청룡영화상에서 최고령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바가 있고, 심은경씨는 영화 ‘로맨틱 헤븐’으로 제48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최연소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바가 있다고 한다. 대단한 인연이다.

실제 나이 74세, 20세로 각각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과 스무살 꽃처녀 ‘오두리’로 캐스팅 된 두 사람은 반세기의 연령차를 뛰어넘는 역대급 2인 1역으로 화제가 됐었다. ‘연기 천재’ 로 불리운 배우 심은경은 “70대 할머니라는 점이 사실 부담 됐다. 하지만 ‘오두리’역이 내 자신에게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도전하게 됐다”고 작품에 임한 소감을 밝혔다. 뽀얀 피부와 날렵한 몸매의 앳된 겉모습과 달리 나이불문 반말은 기본, 입만 열면 터지는 구수한 사투리 욕으로 보는 이들을 폭소케 하는 반전 매력을 발산한 심은경은 ‘오두리’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나문희가 연기하는 ‘오말순’ 캐릭터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말투는 물론 걸음걸이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체화 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 ‘너는 내 운명’, ‘열혈남아’, ‘하모니’ 그리고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등 탄탄한 연기내공으로 오랜 기간 대중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 온 ‘국민 어머니’ 나문희는 “현재 내 나이로 캐릭터를 연기했고, 나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살려서 표현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나 자체인 것 같다”며 ‘오말순’ 캐릭터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밖에도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김현숙, 황정민, 김슬기 그리고 진영(B1A4)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대세 배우들이 총출동했다는 것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도 우리 모두는 나이가 들면 청춘을 회상하며 그 실절로 한번만 돌아가 보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한다. 영화 ‘수상한 그녀’가 관객들의 그 상상을 실현해준 것이 정말 큰 매력이다.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과 아픔들을 보둠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우리 모두에게는 빛나는 청춘 시절이 있었고, 살아오면서 힘겨운 시간이 많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청년과 노년을 선을 긋고, 마치 다른 집단처럼 대하는 사회풍조가 되버린 듯하다. 지금의 노년들의 젊은 시절 일구어낸 사회가 지금이 아니겠는가? 영화를 보면서 세대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서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한다.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에 어울리는 영화 ‘수상한 그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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