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방란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류방란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2월 3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충북고교생의 서울대 진학률을 놓고 지역 교육계와 학부모 단체 등의 반응이 뜨겁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2020학년도 충북지역 고교의 서울대 진학률이 학생 1000명당 3.1명으로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자료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도내 학부모 단체와 교사노조 등은 “서울대 진학률만으로 교육환경을 평가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맹목적 학벌주의로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28일 한국교육의 싱크 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교육개발원(진천군 덕산읍) 류방란(60·사진) 선임연구위원에게 명문대 입시 실적 논란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류 위원은 국가교육회의 책임전문위원과 진천 서전고 학교운영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국감 지적에 대해 지역에서 (일부)보도된 것을 보면 지자체에서 학교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이 상당한 데 명문대, 그것도 서울대 입학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투”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금씩이나마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학교 교육의 뒷머리 끄덩이를 잡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고등학교를 서울대 진학자 수로 평가하는 오래된 관행의 부정적 영향은 과거에 충분히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고교에서는 학생들을 지속적 점수로 서열화하고 경쟁시키는 데에 주력하면, 명문대 진학 가능성이 있는 소수를 제외하고 대다수 학생은 열패감을 배운다는 것이다.

류 위원은 “현실은 이미 변해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입학은 미래의 높은 지위, 탄탄대로를 보장 못하게 됐다”며 “오직 시험 점수를 높이는 데 주력했던 학생들이 갖기 쉬운 편협성은 졸업 후 취업도, 취업 후 성장과 발전도 어렵게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화 시기 명문대 입시를 위한 서열 점수 경쟁은 교육적이지 못했으나 지위 상승의 사다리 기능을 수행하면서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차 약화하던 이 기능은 4차 산업혁명기, 대규모 감염병 유행기를 맞아 더 퇴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명문대 입학 실적 논란에 언급된 한 학교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류 위원은 “학습자의 주도성을 존중해가며 앎과 앎에 기초한 실행을 통해 자아를 바로 세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학습자 존중형 교수-학습 방법, 진로 설계를 돕는 교육과정 운영,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다양한 교육 활동을 제공하는 학교”라고 밝혔다.

이어 “이 학교 학생들은 자기주도성에 기초해 학습 흥미를 발전시키는 평생학습 역량을 키운다는 점에서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나침반을 갖게 된다”며 “이 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진로 설계를 중시해 대학 진학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 위원은 “미래는 선진국들이 간 길, 남들이 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길을 내가며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그 힘은 명문대 입시위주 교육에서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목하고 격려해야 할 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힘을 길러주기 위해 새로운 길을 내는 학교의 교육”이라고 말했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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