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강동대

이동희 강동대

[동양일보] 예전에 시골에서 살았던 추억들이 지금은 문뜩문뜩 생각난다. 그립기도 하고 함께 하고 싶기도 한 시골살이가 기억에 가물 가물거린다. 당시 우리 시골마을은 20 여 가구 안팎의 조그마한 마을 이었다. 시골마을은 일부 성씨의 집성촌으로 경주이씨와 인동장씨가 대부분이고 서너 개의 타성이 오손도손 함께 사는 가족 같은 느낌의 시골마을이었다. 작은 일부터 큰일 까지 안방에서 부엌일까지를 온 마을 사람이 다 알고 집안에 일이 있으면 모두 가족처럼 함께 하며 살았다. 예전은 주된 일이 농사일이었고 농사는 사람의 숫자가 절대적인 힘이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커다란 힘을 요할 때에는 억척스럽고 고집 센 예쁘고 착실한 소가 대신하며 함께하는 어우러지는 삶을 살아가는 마을 이었다. 그런데 이순의 삶이 내일이다 보니 예전일이 더욱 생각난다. 시골살이는 새벽부터 달 빚을 보는 야심한 밤까지 몸으로 움직이며 살아가려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 비일비재한 시절이었다. 우선 당장 입에 풀칠하는 문제로 집 앞마당 텃밭 등에 닭 개 소 등이 있었다. 더불어 외양간 헛간 등에도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는 닭 토끼 염소 돼지 소 등이 함께 거주하며 살았다. 바쁜 일상의 삶에 쫓기다 보면 집안 살림 보다는 바깥의 농사일이 우선이던 시절로 당시의 찌든 삶은 다가올 내일의 희망을 기대하며 꿋꿋하게 이겨내었다. 집 앞 마당은 닭과 개가 서로 친구처럼 뛰어 놀고 집 앞의 논 밭 개울가에는 소들이 풀을 뜯으며 여유로운 시골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오늘은 집 앞 마당의 닭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 혹은 주변에서 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어! 라며 쓸데없이 슬프게 크게 우는 경우 질책 섞인 말을 한다. 그런데 닭똥하면 생각나는 게 현실에서의 닭똥의 냄새는 매우 유별나다. 정말 심한 냄새는 역겹고 힘들다. 우리가 어린 시절 손등을 마구 비빈 뒤에 냄새를 맡으면 토할 것 같은 역겨운 냄새와 비슷하다. 그런데 정말 감성적인 표현의 눈물에 더욱이 억울한 경우보다 감정이 복 받쳐서 우는 경우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는 표현을 사용하다 보니 이 말이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말의 어원을 찾아보니 이해가 되었다.

닭똥 같은 눈물은 몹시 방울이 굵은 눈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일상생활에서 슬플 때 눈물방울이 크게 맺혔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왜 닭똥에다가 비유를 했을까? 이는 닭의 해부학적 생리학적 현상과도 연관이 있는데, 닭은 두발로 서서 걸어 다니며 알을 낳아 번식하는 동물로 엉덩이 부분에 배설기관과 생식기간이 하나로 되어 있다. 닭이 배설하거나 알을 낳을 때는 동일한 자세로 취하며 엉덩이에 잔뜩 힘을 주고 있다 떨어트리는데 이 모양이 매우 슬퍼서 커다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트리는 모양과 흡사하여 우리 선조들은 슬퍼서 우는 모양을 비유하여 일컬었다.

인간이 지닌 고귀한 액체에는 피 눈물 땀 등 3가지가 있으며,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으며 남자는 눈물에 약하고 여자는 말에 약하다는 한다. 부고(訃告) 메시지를 받고 장례식장에 가면 상주들이 낳아 길러주고 가르쳐준 준 부모의 별세(別世)에 대한 통곡의 눈물을 쉽게 보이지 않는다. 부모 별세는 천붕지통(天崩之痛), 남편의 죽음은 붕성지통(崩城之痛), 아내의 사별(死別)은 고분지통(叩盆之痛), 형제의 죽음은 할반지통(割半之痛)이라 하며 이런 인간의 아픔에 눈물을 흘리며 애통(哀痛)하는 것은 윤리·도덕적인 자동눈물이다.

이제 주변사람들의 관심사는 노후에 대한 삶이다. 각자의 삶은 다르지만 어떻게 인생 2막을 준비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냥 쉽게 귀농 귀어 귀촌 귀산 등의 이야기를 하지만 예전의 시골 모습으로만 접근해서는 버티어 내기 힘들다. 예전의 시골 인심과 구성 조직은 변하여 이젠 도시의 생활 시스템과 별 차이가 없다. 더불어 농사도 몸으로 이겨내고 먹고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학의 힘과 지식으로 유기농을 결합한 농촌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인간의 보건을 목적으로 한 과학영농이 뿌리내리고 있다. 시골 살이가 예전 삶의 터전이 아니라 경제와 생활 수단을 연계한 7차 산업으로 발전하였다. 따라서 시골살이는 마음의 변화와 여유 및 풍요로움이 함께 연계되어야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고 함박웃음으로 가득한 인생 2막을 살아 갈 수 있다. 오늘도 함께 하고픈 이들과 어우러진 삶을 살기 위하여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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