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지영수 기자]동양일보가 574돌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10회 ‘우리말글겨루기대회’에서 도내 초·중·고 60명의 학생이 ‘으뜸상’과 ‘엄지상’·‘아름상’·‘버금상’을 각각 수상했다.

동양일보는 창사 2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2011년 10월 9일 처음 대회를 연 뒤 올해 10회째를 치렀다.

‘우리말글겨루기대회’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탄생기록을 갖는 한글과 우리말의 우수성을 알고 우리말을 스스로 지키자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매년 한글날을 기념해 맞춤법과 표준어, 외래어, 로마자 표기, 듣기 등 5대 영역에 대해 시험지평가와 듣기평가를 치르는 대회를 열어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글짓기(시·산문) 부문과 말하기(영상) 부문의 공모전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대회 글짓기 부문 초·중·고 최고상인 ‘으뜸상’을 차지한 청주개신초 박태주(6년), 청주 경덕중 강민진(1년), 증평형석고 이태훈(1년) 학생의 입상작(산문)을 싣는다. 시상식은 오는 19일 도교육청 사랑관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박태주 청주개신초 6년
박태주 청주개신초 6년

 

해외에서 느낀 한글의 온도

박태주 개신초등학교 6학년



작년에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고모네 가족들과 함께 베트남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 거의 끝나갈 무렵 베트남 어느 마을을 방문했을 때 할머니께서 갑자기 들뜬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아이고 반갑기도 해라. 여기서 한글을 보니 엄청 반갑네”.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니 ‘김치찌개, 된장찌개, 어서오세요’ 라고 써놓은 식당이 보였다. 할머니께서는 해외에서 한글을 보게 되니 글자 모양도 더 예뻐 보이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드신다고 하셨다.

“이렇게 예쁜 한글을 요즘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고 이상하게 만들어 사용하더라.” 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그래도 요즘에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다 이렇게 말해요”라고 대답하자, “그럼 그런 말들은 뭐라고 부르니?”

이번에는 할아버지께서 궁금하신 표정으로 물어보셨다.

“이런 말들을 급식체라고 하는데 신조어로도 불려요.”

할머니는 고개를 갸웃거리시며 바르고 예쁜 한글이 있는데도 굳이 이런 뜻도 모르는 단어들을 써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셨다. 여행이 끝난 후에 나는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할머니 말씀대로 바른 우리말이 있는데 왜 굳이 급식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일까? 또 대체할 우리말이 있는데도 무분별하게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여러 의문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들은 대체할 우리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브런치’는 아침과 점심 사이에 먹는 음식을 뜻한다. 그러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순우리말 ‘어울참’이 있다.

또, 일본 잔재 어로는 ‘땡땡이 무늬’가 있는데, 이는 ‘점무늬’로 표현하면 된다. 아름다운 순우리말인 ‘물방울 무늬’라는 말이 있다.

무분별한 외래어 대신 순우리말을 사용해 우리말을 아름답게 발전시키는 것이 한글 사랑의 초석이다. 또 줄임말이 난무하는 것도 문제이다. 줄임말을 사용하면서 아름다운 우리말의 초성만 따서 쓰거나, 알 수 없게 줄여놓아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예를 들어, ‘커엽다’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는 뜻과 상관없이 단지 ‘귀엽다’와 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커엽다’는 ‘귀엽다’와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예들이 또 있는데, ‘띵곡’이라는 말이 있다. ‘띵’과 ‘명’이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이런 것들 때문에 친구들과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한번은 동생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줄임말을 사용하였는데 동생이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물어본 적이 있다. 만약 내 말을 좋지 않은 뜻으로 이해했다면 싸움이 생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특정집단만 사용하는 줄임말을 사용하면, 그 집단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집단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도 하나의 생명체와 같아서 시간에 따라 조금씩 변화된다. 그리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편리를 위해 줄임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역사와 정신이 숨 쉬고 있는 우리말을 소중히 여겨, 올바르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후손들에게 전승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순우리말을 잘 가꾸어 나가는 것이 한글을 사랑하고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강민진 청주경덕중 1년
강민진 청주경덕중 1년

 

우리의 한글

강민진 청주 경덕중 1학년



우리는 한글을 사용한 지 어느덧 580년 정도가 지났다. 그 긴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참으로 많은 시련을 겪었다. 우리나라를 빼앗기기도 우리나라가 두 개로 갈라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한글 덕에 그 역사를 기록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는 그 한글을 사랑과 관심으로 보호해야 한다.

코로나로 바쁜 요즘 나는 최근에 들어서야 잠시 잊고 있었던 한글의 위대함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내 방에 있던 옛날 책을 정리하면서 초등학교 당시 쓰던 교과서를 보았는데 그곳에는 한글을 쓰는 한 민족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 민족은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이었다. 그들은 고유의 언어가 있지만, 문자가 없어 예전부터 내려오는 문화를 기록 할 수 없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 공식 문자는 로마자를 쓰고 있었지만, 찌아찌아족의 언어의 발음을 제대로 표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고민하던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도입하고 사용했다. 그들이 한글을 배우는데 1:1로 3시간이면 된다고 말했다.

나는 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쓰는데 고작 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에게 한글은 정말 쉽고 누구나 배우기 간편한 언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영어로 대화하는 화상통화 수업을 하는데 이때 누런색을 표현해야 하는 일이 생겼었다. 하지만 노란색과 누런색이 달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심하며 번역기의 도움을 받았지만, 누런색을 번역해본 경과 yellow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누렇다, 샛노랗다, 노랗다, 노리끼리하다, 노르스름하다, 누르죽죽하다 등 한글로는 노란색을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지만, 영어로는 오직 yellow로 밖에 표현을 못한다는 것을 알고 미묘한 단어의 차이로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한글에 무척 놀라웠다.

우리의 시나 소설 등 문학작품이 노벨상은 못 받았지만, 충분히 그 작품들과 견줄 만할 정도로 아름답고 그 작품들만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까닭도 다른 나라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오직 한글로 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 단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이상화 시인의 ‘뺴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주요섭 소설가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 등 우리나라의 문학작품들은 사소한 단어의 하나로 느낌이 완전 바뀌어 버리기 때문에 이를 다른 나라 언어로 이해하지 못할 것 이라고 생각한다.

문학과 더불어 흥의 민족인 우리나라의 노래장르, 케이팝이 유명해지면서 외국인들도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노랫말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내용을 기사로 접했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내용이 거짓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외국인들이 네이버나 SNS 등 여러 군데에 이 노래가사의 뜻이나 말투의 차이 등을 물어보는 것을 보자 나는 정말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특히 내가 SNS를 하고 있을 당시 “사랑하오와 사랑해요가 무슨 차이인가요”라고 물어보셨던 외국인 분을 보았을 때에 그 감정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기로 결심한다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랫말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와 한글을 배운다는 것이 나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도 나중에 우리나라의 문화, 특히 한글을 세계 여러 나라에 전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들게 했다. 어쩌면 미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당연하다는 듯이 쓰고, 다른 나라의 관광지도 한국어로 쓰여있는 곳이 많아졌으면 한다.

한글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의 역사를 간직해온 언어이다. 항상 우리의 곁에서 힘든 상황에 위안을 주었던 한글, 우리 모두가 바르고 고운 한글을 사용하여 대한민국에 웃음꽃이 끊이지 않게 될 그 날을 한 번 꿈꾸어 본다.

 

이태훈 증평형석고 1년
이태훈 증평형석고 1년

 

한글을 찾아라

이태훈 증평형석고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여느 날처럼 학교에 등교하여 열심히 수업을 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5교시 국어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뜻밖의 과제를 내주셨다.

‘우리 주변에서 한글로 된(한자어가 아닌) 간판 찾기’였다. 마치 이미 합의라도 한 것처럼 반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너무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으시며 단호하게 “숙제 안 해오면 집에 일찍 못 갈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친구들은 그 이후 계속 주변에 그런 간판이 있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겨우 초등학교 4학년. 간판은 많이 보았어도 그것이 한글로 된 간판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하교 시간이 되었다. 친구들과 나는 교문을 빠져나오자마자 한쪽 손엔 핸드폰을 들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때 태민이라는 친구가 소리쳤다. “저거 한글 아니야?!” 태민이가 가리킨 간판에는 ‘놀러와’라고 써 있었다.

지금은 없어진 일종의 분식점이었다. 찾았으니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우리가 조사해야 하는 간판 수는 한사람 당 3개씩이었고, 절대 친구들과 겹쳐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있었다. 결국 후보 하나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게 1시간 가까이 돌아다녔지만, 먼저 이야기한 친구들에게만 기회가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나는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 어찌나 발견도 빠르고 이야기하는 것도 빠른지...

그렇게 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집에서 놀고 있던 형이 무심하게 물었다.

“너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오냐?” 난 그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형은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 최소한 1개 정도는 알고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오늘 선생님께서 내주신 과제를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형의 대답은 전혀 상상치 못했던 대답이었다.

“야, 원래 한글로 된 간판이 흔치는 않지. 네가 빨리 이야기하지 그랬냐.”

그렇다. 한글로 된 간판은 생각보다 정말 흔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때 내가 살던 증평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개발이 덜 되었을 때이기 때문에 대부분 오래전부터 있던 가게가 많았고 그는 모두 한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몇 없는 새로운 가게들도 외래어가 많았다.

최선을 다했으나 나는 결국 1개를 찾는데 그쳤다. 그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다음 날, 국어 시간을 맞이하였다. 나 외에도 꽤 많은 친구들이 3개를 모두 찾는데 실패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알고 있었다는 듯이 선생님께서 이야기하셨다.

“생각보다 한글로 된 간판이 많이 없지? 게다가 친구들하고 겹치는 것 또한 금지했으니 더더욱 그랬겠지. 내가 이러한 과제를 낸 이유는 딱 하나다. 그만큼 우리 주변엔 한글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을 느끼라는 이유였다. 세종대왕께서 그리 힘들게 만드신 우리에겐 정말 선물 같은 그런 한글이 말이다.”

나는 이 말에 적극 동의했다. 분명 한글은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약 6년 정도가 흐른 지금도 이런 과제가 나온다면 재빠르지 않은 이상 과제를 완수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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