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준 취재부 부장

조석준 취재부 부장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농심農心은 밥심이란 사명감 하나로 30년째 농협충북본부 임·직원들의 입맛을 책임지고 있는 유영호(66) 조리장. 어머니의 손맛으로 집 밥처럼 정갈하고 맛깔난 음식으로 지역본부 구내식당을 ‘성화동 맛집’으로 불리게 한 그가 지난 1일 동양일보 ‘화제의 인물’로 소개됐다.

처음 편집국에서 화제의 인물을 추천한 뒤 인터뷰하라는 취재지시가 내려왔을 때만 해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또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 위주로 탐색하기 시작했다.

마침 농협충북본부 홍보실에 들렀을 때 그러한 사람이 있는지 물었고, 홍보실장은 망설임 없이 유 조리장을 가장 먼저 추천했다. 사실 조금은 뜻밖이었기에 잠시 망설였지만 올해 30주년을 맞는 동양일보의 제작정신인 ‘평범한 사람들의 빛남을 위하여’와 꼭 맞는 인물이었다.

인터뷰 약속을 잡고 지역본부 3층에 위치한 구내식당에 들어섰다. 그동안 성화동 맛집에서 여러 번 밥을 먹긴 했지만 조리장의 얼굴은 알지 못했다. 잠시 뒤 수줍어하며 나타난 유 조리장의 얼굴에선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대부분의 질문에 “다 영양사님이 시키는 대로 했어유”, “그냥 하던 대로 동료들과 같이 한거쥬”, “어려운거 하나도 없고, 허리는 일주일에 두세 번 물리치료만 받으면 괜찮아유”, “더 맛있게 해줄 수 있는데 돈이 없네유”라며 충청도식 답변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만난 인터뷰 상대 중 가장 힘든 ‘강적’이었다. 다행히 옆에 있던 영양사가 부연설명을 잘 덧붙여 준 덕분에 인터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유 조리장이 화제의 인물로 보도된 뒤 염기동 본부장은 해당 기사가 담긴 액자와 꽃다발을, 농협충북본부와 상생협약을 맺은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에선 숙박권을 선물로 전달하는 등 작은 기념식을 가졌다. 물론 관점의 차이겠지만 누군가는 그저 손맛 좋은 구내식당 조리사가 화제꺼리가 되느냐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고질적 허리질환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동안 늘 한결같은 최고의 맛으로 진정한 농협사랑을 실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빛남을 위해 애써준 농협충북본부의 세심한 배려와 따뜻함에 박수를 보낸다.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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