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면 한 축산농가의 분뇨 배출로 미호천 3km 일대 물고기 떼죽음...처리시설 수준 낮 사고 등 환경오염 재발 가능성 높아

[동양일보 김성호 기자]충북 음성군의 광역축산악취개선사업 실효성과 축산 분뇨의 액비(액체상태의 비료)화 시설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등 허술하게 사후 관리되면서 축산농가가 산재해 있는 음성지역 산천이 크게 오염되고 있다.

따라서 광역축산악취개선사업 국가 지원금의 투명한 집행을 통한 시설 현대화는 물론 밀도 있는 현황 전수 조사와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광역축산악취개선사업은 축산농가에서 배출되는 분뇨를 액비로 가공해 농사용 거름화 하는 정화시설 구축사업이다. 하수종말처리장을 빗대면 이해가 쉽다.

이를 위해 국비 20%, 도비 6%, 군비 14%가 신청 축산농가에 지원되고 농가는 60%의 융자를 보태는 방식으로 시설구축을 마무리한다.

축산농가에서 가축분뇨가 흘러내린 현장
축산농가에서 가축분뇨가 흘러내린 현장

음성군은 지난해만 지역 9개 축산농가에 모두 36억원의 국·도·군비를 지원했고, 이들 농가는 융자를 더해 축산분뇨 처리 시설인 'MS 고농축 액비생산 및 순환시스템'을 갖췄다.

그러나 지난달 27일과 28일 본보가 관련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찾은 결과, 'MS 고농축 액비생산 및 순환시스템'이란 용어만 거창하지 일반 콘크리트 구조물 저장탱크에 발효를 위한 공기주입 호스 2개만 갖춰놓은 게 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즉, 비가 올 경우 저장 분뇨가 넘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태양열 흡수(분뇨 발표에 필수)의 유리나 비닐 소재 천장은 찾아 볼 수 없었고, 여기에 구조물 옆면도 같은 소재의 시설이 아닌 단순 차광막으로 둘러쳐져 있는 등 '눈 가리고 아웅식'이 뚜렷했다. 사업의 신뢰성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자 축산농가 인근 주민들은 단순 가축분뇨 저장 시설로만 본 뒤 음성군이 오히려 수준이 낮은 축산분뇨 저장·처리 시설을 양성화 시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잇따라 쏟아냈다.

떼 죽음된 미호천 물고기
떼 죽음된 미호천 물고기

 

실제, 이 같은 수준 낮은 시설은 곧바로 사고로 이어져 지난달 설 새벽 음성군 삼성면 한 축산농가에서 분뇨 1t(축산농가 주장)이 인근 미호천으로 흘러들어 3km 반경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해당 축산농가와 시설 시공업체는 물고기 떼죽음과 수준 낮은 분뇨처리 시설을 따지는 환경단체 관계자에게 "모아둔 분뇨에 식물성 효소를 넣어 발효시키는 등 액비를 만들기 때문에 인체에 해롭지 않고 논이나 밭에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환경단체 관계자는 1일 본보와 만나 "삼성면 지역의 미호천은 수량이 많은 하천이다. 1t의 분뇨가 미호천에 흘러들어도 희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어떻게 1t의 분뇨로 3km 반경 미호천 물고리가 떼죽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 많은 분뇨가 흘러들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수준 낮아 보이는 가축분뇨 액비화 탱크
수준 낮아 보이는 가축분뇨 액비화 탱크

그는 특히 "(1t의 분뇨만 미호천에 흘러들었다면) 근본적으로 시설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겠냐"며 "축산 농가당 수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는데도 검증되지 않은 수준이하 분뇨처리 시설이다 보니 자연적 악취저감이 아니라 인위적인 화학제품을 사용한 악취저감이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물고기가 때죽음 당한 것은 인체에도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실물성 효소제 사용이란 축산농가 등의 주장을 재반박 한 뒤 "군 차원의 전수조사와 시설 검증이 절대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음성군은 분뇨를 흘려보낸 축산농가를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1t 배출이란 농가의 주장을 검증할 방법이 없어 고발하더라도 미호천의 심각한 오염은 그대로인 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음성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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