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강동대 교수

이동희 강동대 교수
이동희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 예전에 시골 마을을 생각해보면 울타리 혹은 우물가에 예쁜 하얀 꽃나무가 생각이 난다. 그리고 두 달 뒤엔 꽃나무에 빨간 앵두를 듬뿍 맺은 앵두나무가 식목일이 지날 즈음의 요맘 때 쯤에 생각이 난다. 귀촌하여 전원생활을 하게 되면 샘가 옆의 정원에 앵두나무를 심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라디오를 통하여 귓가에 자주 듣던 노래 말에도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 났네~ 올가을 풍년가에 장가 들라 하였건만~~~ ”이라는 노래이다. 간드러진 목소리에 앵두 같은 목소리로 앵두 같은 입술을 통하여 들려오는 그 노래는 애간장을 녹이는 간드러진 목소리였다. 그러한 앵두나무를 올해는 주말농장에라도 심어 빨간 앵두를 6월 이면 수확하여 오미자 우린 물에 화채로 해 먹으면 엄청 맛있을 것 같다. 오늘은 고즈넉한 시골마을의 우물가에 앵두나무를 연상하며 옛 고향정취가 물신 나는 앵두나무에 대하여 논해 보고자 한다.

앵두나무(앵도나무 Korea cherry)는 장미과 낙엽관목으로 원산지는 중국 화북과 만주 지역이며, 개화 시기는 4월이고 흰색 혹은 연한 붉은색 꽃을 피운다. 앵두나무의 꽃말은 수줍음이고 효능과 쓰임새는 열매와 가지를 한방 약재로 쓴다. 효과로는 이질과 설사에 좋고 기력을 증강시키며 불에 탄 가지를 재로 술에 타 마시면 복통과 전신통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말로 이스라지라 하고 집 앵두는 장미과 산앵두는 진달래과에 속한다. 앵두(차하리, 천금)나무는 레드 푸드 중 하나이며 크기는 작지만 영양이 풍부한 과일로 6월 쯤 새콤달콤한 맛을 볼 수 있으며 앵두 알은 굵고 광택이 난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노랫말에 앵돌아진 앵두나무라는 말이 있는데, 앵돌아지다는 못마땅하여 마음이 토라지다라는 뜻으로 어린이들이 삐쳐서 입술을 삐쭉삐쭉 거리는 모습의 작고 귀여운 입술 혹은 아름답고 고운 여인의 입술을 연상시킨다. 앵두나무는 앵도나무라고도 하며 중국에서는 꾀꼬리가 먹어 꾀꼬리 앵(鶯)자에 복숭아를 닮아 복숭아 도(桃)를 써서 앵도라고 부른다. 세월이 변하여 앵두가 되었고 국어사전에는 앵두나무 식물도감에는 앵도나무라 나온다.

옛날 시골집 울타리에는 앵두나무가 많았고 꽃은 예쁘고 열매는 소중한 간식으로 먹었다. 봄의 열매 중 가장 먼저 달려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 음식으로도 사용하였다. 하얀 앵두꽃이 피면 처녀들은 빨간 앵두 열매를 기다리며 꽃단장을 하였다. 앵두는 꽃이 피고 두 달 후면 열매가 열리고 빨간 앵두색은 여인네의 입술처럼 남성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처녀들은 빨간 앵두색 입술 연지를 예쁘게 바르고 봄바람에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대문 밖으로 나서면 마을 총각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옛날 어르신들은 봄바람이 불면 처녀뿐만 아니라 여염집 아낙들도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로 “봄바람은 품으로 기어들게 하지 마라”고 하였다. 가을 타는 남자보다 봄 타는 여자를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하였다. 해피니스 호르몬(Happiness hormone)인 세로토닌(Serotonin)은 봄에 예민한 여성에게 반응하여 더 많이 생성된다. 따뜻한 봄바람이 목덜미를 스치는 봄 바람에 여성은 더 행복하고 세로토닌 호르몬이 분비된다. 여성은 남성보다 감성이 풍부하여 세로토닌에 민감하며 동물의 세계에서도 암컷은 힘센 수컷을 선택하기 위해 끝까지 기다려 최종 승자와 함께 한다. 그래서 더 힘세고 강한 새끼를 낳아 생존하는 것이다. 인간도 마음에 드는 배우자와의 만남을 소망하여 평생의 행복을 꿈꾼다. 봄에는 실제로 임신율이 높고 남성의 정자 수와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도 왕성하며 여성 호르몬 증가하며 리비도(Libido)도 향상된다.

귀농귀촌한 도시인에게 춘삼월은 1년의 계획과 약속을 정하는 생동하는 계절이다. 현재 코비드19 백신을 접종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코비드 19의 감염자수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마스크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이렇게 힘든 시절도 또한 지나가리라고 믿는다. 예전 시골에는 앵두나무가 집 주변에 많이 심어져 있었으며 빨간 열매가 맺고 일주일 이면 모두 떨어졌다. 그리고 모내기철로 이어지며 바쁜 농촌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앵두는 욕심을 낼 수 없는 과일로 누구든지 따 먹는 것이 허락되는 마을의 공동체적인 과일이었다. 한국인은 3.7명만 이어지면 모두 친인척이고 도시인 3대만 올라가면 모두 농촌사람이다.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를 아는 것이 시골살림이며 이웃과의 울타리에 예쁜 적앵두와 백앵두를 심어 이웃사촌으로 연결하는 행복한 전원생활을 꿈 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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