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룡 전 옥천문화원장

2013년 문화원장 당선… 8년간 재임 후 지난달 퇴임
‘지용제’ 4년 연속 충북 최우수·문체부 육성 선정 기여
사상 첫 비대면 문학축제 선봬… 성공적 마무리 ‘호평’
2017년 문체부 장관상 수상… 학문 체계화 연구소 설립도
“지역 문화에 도움 될 수 있다면 언제든 앞장설 것”

[동양일보 박승룡 기자]“옥천문학과 함께한 30년의 세월은 제 인생의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문학의 고장인 옥천군에서 문화원장을 8년간 재임하고 지난달 퇴임한 김승룡(57·사진)전 원장의 소회다.

김승룡 전 원장이 ‘옥천 문학의 길’로 첫 발을 디딘 건 1992년이다. 20년 동안 평회원으로 활동하며 여러 분과위원장을 맡았고 부원장을 거쳐 2013년 문화원장에 당선됐다.

문화원 회원으로 소속된 날만 따져도 김 전 원장의 반평생이 넘는다.

오래된 경력만큼 문학 사랑도 남달랐다.

취임 시작부터 광폭적인 행보에 문화원 간부들조차 당황한 기색이었다.

수많은 전·현직의 문화원 회원들을 접촉하고 다각적 의견을 청취하며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어갔던 여러 축제와 행사를 바꾸기 시작했다.

문학인들은 매우 고지식하고 보수적으로 평가 받는다. 변화를 추구할 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그는 현대적 감각과 전통성의 장점을 각각 살려냈다.

그 결과 현대시의 거장으로 불리는 정지용(鄭芝溶·1902∼1950)을 기리기 위해 만든 ‘지용제’를 4년 연속 충북도 최우수 축제로 만들고 문화체육부 육성축제로 끌어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그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감각적인 발상이 떠올랐다. 문학축제를 사상 처음으로 비대면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모두가 반대했다. 실패가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계와 교육계, 행사진행 전문가들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자문받아 ‘집으로 ON 지용'이라는 주제로 축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정지용과 옥천의 다양한 문화를 온라인과 영상으로 제작해 선보였고 인터넷을 활용한 백일장, 시 한줄 쓰기, 3행시 작성 등 'e-지용제'를 만들어 제공했다.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한 장석남 시인과 문태준 시인을 만나 정지용 청소년문학캠프와 시노래 콘서트도 화상으로 열렸다.

온라인으로 진행한 페스티벌은 당초 예상한 500명을 초과해 2000명이 찾았다.

온라인으로 진행한 3행시 이벤트 조회 수도 5500회를 넘겼고 정지용문학상 시상식과 시 노래 콘서트는 2000회, 예술인한마당은 2600회를 넘어섰다.

예상 밖으로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누구나 안 된다고 했지만 그는 해냈다.

그는 문학 사랑을 축제로만 만족하지 못했다.

현대시의 거장 정지용, 현대시조의 아버지 이은방, 흙의 작가 류승규 등 지역출신의 문향(文鄕)을 기록하기 위해 옥천문화원 부설 ‘옥천학연구소’를 창립했다.

문학적 기록뿐만 아니라 지역역사를 비롯해 예술, 환경 등 제반 각 분야에 걸쳐 옥천의 모든 것을 학문으로 체계화해 후배들이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정립한 것이다.

옥천에서는 지역 역사를 기록한 첫 연구소가 되었다.

한일 교류관계 악화로 3년간 중단된 ‘일본정지용문학포럼’도 일본의 교수들과 연락을 취하며 관련 학자들에게 도움을 요청, 2년간 설득을 통해 포럼이 재개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여러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김 전 원장은 “8년 동안 문화원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선배님들과 여러 문학인들의 도움이 가장 크다”며 “문화원장을 하는 동안 희로애락이 많았지만 이제는 밖에서 문화원을 돕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원장 재직시절 국립한국문학관을 옥천에 유치하지 못한 것을 가장 아쉬워했다.

김 전 원장은 “옥천지역에 문화 예술이 꽃을 피우고 시와 노래가 흐르는 문화예술의 고장으로 만들기 위해 국립한국문학관 유치를 염원했지만 아쉽게 되었다”며 “문화원장 임기는 마무리 되었지만 언제든지 도울 일이 생긴다면 부름에 응답 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정순철기념사업회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주)새림건설 대표를 맡고 있다.

가족으로는 부인 이경희(54) 씨와 2남을 두고 있다.

옥천 박승룡 기자 bbhh010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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