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청소년연극제·극작엑스포 등 축제 국고 지원 끊겨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지난 8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의 민간단체 공모 사업인 대한민국공연예술제(총 사업비 54억1000만원) 예산이 8억1600만원 삭감되자 분노한 연극계가 집단 행동에 들어갔다.

전국청소년연극제, 아시테지 아동극축제, 젊은연극제, 대한민국 극작 엑스포 등 우수 축제들이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존폐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충북연극협회를 비롯한 한국연극협회 등 전국 35개 단체가 포함돼 최근 발족한 예술창작정책살리기비상회의(비상회의)는 21일 성명을 통해 "이번 예술제 심사 결과 연극계에선 15년 이상 된 중견 축제, 장르를 대표하던 축제,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축제 등이 대거 탈락했다"며 "예술위에 3년 이상 된 축제 지원은 불필요하다고 해왔던 기획재정부는 예술위의 설득에도 이같이 예산 삭감을 현실로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상회의는 "앞으로도 해마다 약 10%의 예산이 계속 삭감될 예정이기 때문에 연극계는 이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공연 축제를 선심성·소비성 행사로 인식하는 기재부의 시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장 오는 8월 충남 공주에서 열리는 전국청소년연극제의 경우 각 지역 예선이 끝난 상황에서 예산 전액 삭감 통보를 받았다.

대한민국공연예술제의 문제가 다수 축제의 심사 탈락을 넘어 '공연예술 축제에 대한 몰인식'이라고 정의한 이들은 점층 삭감 예정인 축제 지원 정책의 철학 부재를 지적함은 물론 전반적인 창작 지원 예산 규모를 따져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비상회의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예술 향유 지원 예산은 2011년 480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 이상 증액된 1671억원인 반면 창작 지원 예산은 같은 기간 240억원에서 459억원만 늘어난 699억원에 머무르고 있다.

국민의 예술 향유는 당연히 보장돼야 하지만 문예진흥기금의 상당 부분이 창작이 아니라 향유에 몰리면서 정작 정부가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창작물을 만드는 데는 제대로 된 인식이 없다는 얘기다.

비상회의는 "축제 다수가 심사에서 탈락했는데 소수의 콩쿠르엔 국회 지정 사업이라고 바로 예산이 배정됐다"며 "경연 성격인 콩쿠르는 축제와 구분된다는 논리인데 이번에 탈락한 축제 중 일부는 문체부 장관상, 국무총리상이 있는 경연"이라며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상회의 관계자는 "장르 별 대표 축제의 지정 사업 지정과 총 예산 원점 회복은 물론 이미 진행 중인 불합리한 창작 지원 예산 및 운영 체계 개선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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