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필 청주청북교회 담임목사

박재필 청주청북교회 담임목사

[동양일보]연일 확산하는 코로나19의 전염도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때 이른 열대야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시기이다.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서부와 캐나다 일부 주, 중동지역 등은 섭씨 50도 안팎의 기온으로 인한 자연발화 화재, 사망자의 속출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고, 반대로 유럽은 지난 주간에 100년만의 폭우로 인해 엄청난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북극의 빙하가 1년에 한반도 크기만큼씩 녹아 앞으로 30년 후면 빙하 자체가 사라지고 탄소를 머금은 영구동토층이 전부 드러나 지구에 닥칠 환경 위험의 경고가 울리고 있다. G7을 비롯한 선지 국가들은 산업화로 인한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시기 이전과 비교하여 섭씨 2도 이하로 묶자고 합의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획기적으로 줄여나가자는 취지에서 ‘탄소제로’ 협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제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 등,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이 거부하고 나서는 현실에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생태계의 교란이 기후변화를 불러왔고, 그 결과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발생과 확산이라고 진단한다. 기후변화로 지구의 물 순환이 바뀌고, 인간이 야생동물의 터전을 침범하면서 야생동물이 인간들 곁으로 이주했고, 야생동물의 몸에 올라탄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로 넘어와 전염병을 일으킨다며 생태계의 회복이 없이는 앞으로 또 다른 전염병의 발생을 차단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6월, 미국 플로리다의 아파트 붕괴 사고로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사후 원인 분석에 의하면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이 붕괴의 이유였을 것이라는 보도들이 나온다. 40년 전 바다를 메운 간척지에 건축된 아파트가 기후위기로 인해 해수면이 30cm 정도 상승하면서 지반이 침하해 건물이 조금씩 내려앉아가며 균형을 잃고 무너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는 안전과 건강의 문제, 그리고 생존의 문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 인간이 만든 자업자득의 형벌이다.

기독교의 신학 분야 중에 ‘창조신학’이 있다. 창조주인 여호와가 6일 동안 온 우주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든 것들을 창조했다는 창조론적 신앙고백이다. 그리고 7일째에는 거룩하게 쉬는 안식일을 제정했다는 구약성경의 기록이다. 구약성경의 첫 장에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한 후에 피조물들을 보며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흡족해 하신다. 이 완벽한 창조물을 인간이 관리하도록 맡겼다. 그것이 청지기에 맡긴 문화명령이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피조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관리자가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미명으로 자연환경을 독점하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손하고,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선순환이 아닌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피조세계인 생태계가 신음을 하게 만들어 버렸다.

우리는 지금 그 생태계 파괴, 창조질서를 파괴한 대가로 매를 맞고 있다. 예기치 못한 기온상승, 폭설과 폭우, 감당할 수 없는 태풍과 토네이도, 4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불러온 지난 2년 가까운 코로나 전염병, 다양한 생명체 군의 멸종, 수질 오염, 오존층의 파괴로 인한 혼돈, 일일이 다 거명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요소가 우리 앞에 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종말의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이번 세기는 버틸 수 있을까? 지난 열대야의 밤을 보내며 뒤척이다가 생각했다. ‘우리는 맞을 짓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맞아도 싸다.’ 이제 맞았으면 정신을 차려서 더 악화되지 않도록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위기의 시대를 사는 시민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 번 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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