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1억 미납에도 540g 미숙아 6개월 집중 치료
코로나19로 출국 못해… 부부, ‘가족처럼 돌봐줘’ 감사편지 보내
“타국서 생사 고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교직원 성금 모아 전달

생후 50일째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 민랑이(병원 제공)
산모 남편이 병원에 보낸 감사의 편지(병원 제공)
레씨가 퇴원 전 아이를 안고 치료를 담당한 단국대병원 의료진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병원 제공)

[동양일보 최재기 기자]이국에서 생사 갈림길에 놓인 베트남 국적의 산모와 아기가 단국대병원 측의 관심과 배려로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 미담이 되고 있다.

20일 단국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베트남 산모 레(35·사진)씨는 혈압이 조절되지 않았고, 아이는 심장박동이 약한 위험한 상황에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레씨는 임신 25주에 심한 임신중독증 증상을 보였다. 남편 토안과 레씨는 지난 2018년 비전문취업으로 한국에 입국했다가 지난해 말 임신사실을 알고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출국길이 막혔다.

레씨는 이송 이틀 뒤 임신 26주 만에 키 23cm, 체중 540g의 미숙아를 출산했다.

신생아는 540g의 초극소 저출생 체중아로 태어난 탓에 폐와 심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동맥관 개존증과 신생아 패혈증과 호흡곤란증후군 등 여러 가지 병을 동시다발적으로 앓았다.

6개월 간 신생아중환자실과 인큐베이터 속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며 집중치료를 받은 결과, 신생아는 출산 당시보다 체중이 8배가량(4㎏) 늘어나 건강을 되찾았다.

그사이 ‘민랑’이라는 예쁜 이름도 생겼다.

하지만, 1억7000여만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하루하루 애만 태우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불법체류자로, 남편은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활해왔다.

이 같은 사연이 병원 내 전해지면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교직원들은 성금을 모아 전달했고, 정부의 응급의료비 대지급 지원서비스도 연결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어 병원은 1억여원의 치료비가 남았지만, ‘벌어서 갚겠다’는 이들 부부의 약속만 받고 지난 15일 퇴원을 허락했다.

레씨 부부는 “보험도 없는 외국인이고, 치료비도 제대로 내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가족처럼 치료하고 돌봐줬다”면서 감사의 편지를 병원에 전달했다.

단국대병원 이미정 단우후원회장은 “타국에서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겨야 하는 산모와 신생아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며 “병원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고비를 넘기고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했다”고 밝혔다. 천안 최재기 기자newsart70@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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