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학선 이어 9년 만에 도마 금…규정 문제로 우여곡절 도쿄행
청주 율량초 4학년 때 체조 입문…하루 30번 뛰는 ‘훈련 벌레’

2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시상식에서 신재환이 금메달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시상식에서 신재환이 금메달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도마 신성’ 신재환(23·제천시청)이 한국 체조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신재환은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차시기 14.733, 2차시기 14.833 등 합계 14.783점으로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과 동점을 이뤘으나 아블랴진보다 난도점수가 훨씬 높은 6.0짜리 기술을 펼친 덕분에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도마에서 양학선(29·수원시청)이 한국체조 사상 처음 금메달을 딴 후 신재환이 9년 만에 두 번째 금메달을 보탰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북한의 리세광이 가져갔던 도마 왕좌를 다시 한국이 가져왔다.

신재환은 예선에서 난도 6.0짜리 요네쿠라와 5.6짜리 여2 기술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전체 1위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도 같은 기술을 사용했다. 여2의 난도가 더 낮았지만 신재환은 더 높은 수행점수를 받으며 2차시기에서 14.833을 받아 앞서 연기한 선수들을 역전하는데 성공했다. 

청주 출신의 신재환은 택견선수 출신으로 청주에서 헬스장(이크짐휘트니스)을 운영하는 아버지(신창섭 49·충청북도택견회 사무국장) 밑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시작했다.
어릴 때 택견선수로 활약하던 중 청주 율량초 4학년 때부터 체조를 시작했다. 그의 남동생도 따라서 체조에 입문했는데 다이빙으로 종목을 바꿨다가 부상으로 은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려하게 날아올라 발길질을 하는 택견을 보고 자란 신재환은 공중에 뛰어오르는 걸 두려워한 적이 없다. 오히려 더 높이 뛰어오르고 싶어서 도마 종목을 가장 좋아한다.

청주 내수중과 충북체고, 한국체대를 졸업한 뒤 제천시청에 입단, 지역의 대표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충북체고 시절 얻은 허리디스크로 수술대에 오르는 등 부상으로 한 때 선수를 그만두려고도 했지만, 특유의 성실한 자세로 혹독한 재활과정을 견뎌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8~2020년 도마 세계랭킹 1위를 굳게 지키며 ‘도마의 신’ 양학선을 이을 ‘한국 도마의 신성’으로 꼽힌 신재환이지만, 도쿄올림픽 출전과정에선 우여곡절이 많았다.
단체전 멤버가 아니라 개인으로 도마에 나서게 된 것이다. 국제체조연맹(FIG)이 갑자기 규정을 바꿔 올림픽이 불과 50여일 남은 지난 6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월드컵 성적으로 올림픽 출전을 좌우하게 됐다.

월드컵에서 신재환은 5위에 그쳤고, 라이벌 요네쿠라 히데노부(24·일본)은 1위로 착지하며 올림픽 랭킹포인트 동률을 이뤘으나 이 경우 최고성적을 낸 3개 대회 합산점수를 따져 순위를 가리는 규정에 따라 0.07점차로 간신히 도쿄행 티켓을 지켜냈다.

신재환은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하다. 하루 30번 넘게 뜀틀을 뛰었고, 한 번 기술을 하고 난 뒤 5분은 쉬어야 하지만, 그는 30초 만에 다시 뛰는 등 이를 악물고 훈련에 임했다. 올림픽 출전을 사실상 확정한 뒤 1년가량 뜀틀을 하루 5번도 뛰지 않았다.

신재환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도마의 신’ 양학선이다. 9년 전, 양학선이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걸 보면서 올림픽 메달에 대한 꿈을 키웠다. 양학선이 예선에서 9위로 탈락하면서 그는 온전히 혼자서 결승의 중압감을 견뎌야 했다.

이광연 제천시청 감독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결승에 혼자 나가는 게 많이 긴장된다고 했는데, 결승 전날에는 많이 편안한 목소리였다”고 했다.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신재환은 스스로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그 긴장감마저 메달을 향한 원동력으로 삼았다. 14.866점으로 예선 1위로 결선에 올랐고, 결선에서도 월등한 기량을 뽐내며 우승을 차지해 ‘도마의 신’ 양학선 앞에서 새로운 도마의 신 ‘신재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제천 장승주 기자 ppm6455@dynews.co.kr 
이도근 기자 nulha@dy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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