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동양일보]안톤 체홉의 <벚꽃동산>에 파리를 그리워하는 러시아 사람들의 마음이 잘 그려져 있고 릴케의 작품 곳곳에도 파리를 동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실정은 문학작품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현실에서도 그런 감이 있다. 파리 한번 못 가본 유럽 사람들은 ‘파리콤플렉스’ 를 가질 정도로 파리는 유럽 사람들의 영원한 동경의 대상인 듯하다. 그러나 한편 프랑스는 파리를 빼면 도시다운 도시가 적다. 그만큼 파리 의존도가 높다. 파리를 제외하고서는 대부분이 촌락적인 분위기인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독일에는 시골이 없고 어디를 가나 도시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독일은 파리처럼 매력의 핵심을 이루는 중앙 집중적으로 비대한 도시 대신 각 도시는 골고루 제 나름의 크기로 구실을 하고 있다. 뮌헨, 프랑크푸루트, 함부르크 등 조금 큰 도시는 도시대로 하노버, 마인츠 등 조금 작은 도시는 또 그 도시대로 어엿한 도시의 체재로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 학문의 도시로 이름난 괴팅겐, 튜빙겐, 프라이부르크 등은 고작 인구20∼30만이 될까 말까한 소도시들이다. 인구 규모가 작아도 독일의 도시는 전국에 고루 분포되어 기능분담과 인구분산의 역할을 훌륭히 해 낸다.

차범근이 78년에 뛰었던 ‘다름슈타트98’ 은 기계, 금속, 전기공업이 발달한 인구14만 명 정도의 소도시 다름슈타트를 연고지로, 프랑크푸르트팀(79년∼83년) 은 EU의 중앙은행이 있고 경제‧ 금융이 발달한 도시로 독일에서 베르린, 함부르크, 뮌헨, 쾰른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해도 인구 75만 명 정도의 도시인 푸랑크푸르트를 연고지로, 그리고 세 번째 팀인 레버쿠젠(83년∼89년) 팀은 이 지역에 있는 세계적인 제약회사 바이엘사가 후원하는 팀으로 인구16만명 남짓한 레버쿠잰을 연고지로 활약하는 팀들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 본사가 있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발도르프는 인구15000여명 정도의 미니 도시이다. SAP는 전 세계180개국에 진출하고 있는 전사적 기업관리(기업내통합정보시스템구축) 프로그램 ERP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곳으로 이 도시에는 전문가가 많고 세수도 많아 부자 도시이며 문화수준 또한 높은 도시이다. SAP는 독일시가 총액1위 기업이라는 사실에 모두 놀라고 그런데도 인력난을 전혀 겪지 않는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같은 주에 하이델베르크 대학과 카를스루에 공과대학이라는 우수한 대학이 있어 인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 이 지역의 젊은이들은 SAP나 바스프처럼 좋은 직장이 많기 때문에 굳이 대도시로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수한 인력을 길러내는 대학과 질 좋은 일자리가 조화를 이루면서 지역경제도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SAP만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BMW, 폴크스바겐, 아디다스, 머크, 플레이모빌 등 세계적 대기업들이 부근 지역에 산재해 지방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독일에선 어느 지방을 가더라도 기업과 대학, 지방 정부가 유기적으로 연계해 일자리를 만들고 있으며 이것이 독일의 지역 간 경제격차가 크지 않은 이유라고 한다.

반면에 한국의 지방경제 수준은 해가 갈수록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국은 지역내 총생산 (GRDP) 비율에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점유율이 51,9%이며 세입 규모도 수도권이 전국의 56.6%이다, 지난해 수도권 인구는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고 인구 감소로 사라질 위험에 놓인 시‧ 군‧ 구는 106개나 되며 또한 경제적 격차도 해마다 커지는 등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직장마다 복지 등 처우개선을 해줘도 문화, 의료, 자녀교육 등의 문제로 지방 근무를 회피하고 있다.

몸의 각 지체가 튼튼해야 건강할 수 있듯이 나라도 각 지방이 고루 잘 살 때 강대국 그리고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의 계절이 왔다. 거론 되는 후보와 모든 유권자는 독일처럼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지방 균형 발전이 선거의 핵심 이슈가 될 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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