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청 개청 이래 첫 여성구청장 동시발령이 났다. 왼쪽부터 박은향 청원구청장, 윤순진 서원구청장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청주 시청 개청 이래 첫 동시 여성 구청장으로 발령 받은 박은향 청주 청원구청장이 40년(1981~2021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세심한 구정으로 구민들을 돌본 그였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는 아직도 ‘구민 바라기’로 남은 재임기간 동안 민원 해소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편집자 주



● 과거 여성 공무원은 매우 드물었는데, 공직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으로 막내이모가 도청에 공무원시험 원서를 접수하러 간대서 따라갔다가 같이 접수했고, 9급 공채에 합격된 케이스다.



● 공직 입문 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005년 흥덕구청 허가민원과에서 종합민원팀장으로 근무할 때다. 개발행위와 관련된 모든 민원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던 부서였는데, 강서의 미곡처리장을 건축하기 위해 조합에서 서류를 제출했었다. 검토 결과 연접 지역이라 승인이 되지 않았는데, 농민들이 집단으로 시청으로 가서 승인을 요청했었다. 법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 민원이고 보통 난감한 사항이 아니었다. 수차례에 걸친 협의를 통해 위치를 변경, 어렵사리 민원을 해결했었다.



● 청주 시청 개청 이래 첫 여성구청장 동시 발령 사례의 주인공인데, 소감은?

청주시! 그 안에 녹아 있는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결과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중요한 결정을 해 주신 한범덕 시장님께 거듭 감사할 뿐이다. 현재 청주시의 46%가 여성공무원인데 후배 공무원들의 모범으로 임무를 잘 마쳐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으로 열심히 해 왔다고 자부한다.



● 구청장으로 재직 중 어떤 마음가짐이었나?

구정창이라는 자리는 주민들과 직원들의 애환을 ‘들어주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각 부서마다 마음이 아픈 고질 민원이 있고 그 고질 민원으로 마음이 아픈 직원들이 있다. 고질 민원이란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민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실상 해결책이 없다. 그럼에도 면담을 원하는 민원인분들을 만나 뵙고 끝까지 들어드리다 보면 들어 드리는 것으로 조금은 마음이 위로가 됐음을 알게 된다. 면담을 마치고 나가면서 “들어만 주셔도 감사하다”고 들 하신다.



● 구청장 직무 수행 중 구민에게 가장 도움이 된 정책은?

구청장으로 부임하면서 8개 읍면동을 방문했다. 그 중 북이면은 각종 환경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지역으로 환경문제를 저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2017년 남기상 전 청원구청장 재임시절부터 불거졌던 ds컨설팅 소각장 증설관련 소송이 2021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5년에 걸친 이 소송은 북이면 주민들과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합하여 빚어낸 값진 결과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승소는 너무나 감사한 퇴임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박은향 청원구청장 / 신우식
박은향 청원구청장 / 신우식

 

● 구청장 직무 수행 중 아쉬웠던 점은?

북이면 축사관련 문제가 가장 아쉬웠다. 올 한해 청원구 전체 신규 축사 허가건수는 24건인데, 15건이 북이면이다. 물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나, 축사단지 형성으로 인한 정주여건 악화로 주민들의 생활권이 위협받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청원구는 이를 해결하기위해 악취 포집 및 분뇨 배출 점검을 강화해 축사 시설개선 및 규정 준수를 유도했다. 현재는 악취 관련 민원 소요가 줄었다. 장기적 방안으로 축사 신축허가 제한을 추진 중 이었는데, 조례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관련부서와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후임 구청장이 사업을 이어서 추진해 줬으면 한다.



● 40년 공직생활을 이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직원은?

소각장 관련 소송업무를 소송논리를 개발하고 수행한 건축과 주택팀장, 축사 악취저감에 노력한 환경위생과 생활오수팀장, 모든 구청 행사에 총괄을 맡은 행정지원과 팀장, 내수읍장, 내덕2동장, 율량사천동장 등 구정을 위해 많은 협조를 해주셨던 분들이 기억에 남는다.



● 앞으로 공직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후배들에게 해주고픈 말은?

최근 10년 간 상황이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전의 단방향 미디어 소통과는 달리 SNS, Youtube 등을 통한 양방향 소통 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사회가 공무원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변화에 대응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어떠한 배움이든 헛된 시간은 없을 것이다.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항상 노력해 준비된 나 자신을 갖춰 숨어있는 기회를 꼭 잡기를 바란다. 또, 시민의 입장에서 심사숙고하는 공직사회가 되길 바란다.



박은향 구청장은는 1962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수동에서 태어나 주성초(64회), 일신여중(8회), 중앙여고(4회)를 거쳐 청주대 영어영문학과 학사, 꽃동네대 임상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 공직에 입문해 부시장 인사담당관, 청주시 대회협력사무소장, 청원구 주민복지과장, 청주시 문화체육관광국 문예운영과장, 의회사무국장, 청원구청장 등을 역임하고 올해를 마지막으로 40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신우식 기자 sewo91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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