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충청대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설립자가족 대표로 충청학원에 총장해임 요구

외롭고 힘들지만 누군가는 매를 들어야 할 때

한마음으로 창학이념 실천… 옛 영광 되찾길

오경호 전 충청학원 이사장
오경호 전 충청학원 이사장

 

최근 충청대 전·현직 총장이 교비횡령, 사립학교법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데 이어 충청학원 이사마저 업무상배임혐의로 피소되는 등 대학과 법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양일보는 28일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충청학원(충청대) 설립자 고 오범수 선생의 아들이자, 오경나 총장의 동생인 오경호(68) 전 이사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고소장을 제출하게 된 배경, 오 총장의 해임요청 이유, 현재의 심경 등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패장무언이라고 10여 년 전 시행사의 농간으로 법인의 수익용기본재산(을지회관) 재개발사업에 실패한 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흔다섯의 노모를 돌보며 살고 있습니다. 재개발사업은 학교재정을 공고히 하고자 시작한 일이었지만 모든 것이 다 저의 불찰이었지요. 그저 아버지와 함께 피·땀·눈물로 일궈온 충청대의 발전만을 기원해 왔습니다.

을지회관 재개발사업 실패 뒤 사후처리는
-당시 법인이사였던 서울의 문 모 변호사와 소송을 통해 재개발 과정에서 신탁회사로 이전된 법인재산의 소유권을 원상복구 시켰죠. 이로 인해 충청대는 교육부 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벗어나 빠른 시간 내에 안정을 되찾았지만, 학교는 일등공신인 문 변호사에게 감사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사진에서 해임시켰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으로서나 사람으로서 해선 안 되는 일이었지요.

변호사인 법인이사를 왜 고소했는지
-답답하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오경나 총장이 기소된 사건은 이사장, 총장, 법인이사, 학교 간부들이 가담해 위법임을 알면서도 8년 동안 교비를 전용한 사건입니다. 그러나 변호를 맡은 A이사는 이전부터 내려온 관행이었다며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은 이미 2014년 교육부 감사에서 사립학교법위반으로 지적됐던 것으로, A이사는 잘못된 관행을 멈췄어야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이후 5년 간 계속해서 위법을 저질렀습니다. 이는 오히려 법을 위반하는 새로운 관행을 만든 것입니다. A이사는 충청대가 매년 수 십 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교직원들의 봉급마저 삭감해야 하는 학교 형편은 아랑곳 않고 과도한 변호사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법인이사회가 이를 숨기기 위해 소송비용 정산을 회의록에서 비공개한 것도 구성원들을 기만한 위법행위이므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고소를 했습니다.

● 법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설립자께서 평생 모은 재산을 출연해 충청대를 세웠다면, 법인이사회는 설립자 유산을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259차(2021. 11. 4) 이사회에선 수 백 억원에 달하는 설립자의 유산인 수익용기본재산 매각을 만장일치로 결의했습니다. 설립자 유산이라는 상징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죠. 더욱이 매각을 하면 도리어 자산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데도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매각을 순식간에 결정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설립자 유산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사회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10년 만에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교육부는 사학에서 임원들의 비리가 확인되면 재정지원을 제한합니다. 만약 오 총장의 판결이 확정되면 충청대는 올해 지원액의 10% 이상을 교육부에 환원해야 합니다. 일부 구성원들이 “학생자원이 부족해 그렇지 않아도 학교 재정이 어려운데 왜 문제를 일으켜 학교에 피해를 주느냐”고 비난하기에 저의 의도를 명확히 알리고자 용기를 냈습니다. 대학경영자들의 비리를 뻔히 알면서도 당장 부족한 학교재정 때문에 이를 모른척한다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충청대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현재 충청대가 혼란 속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은 설립자의 존재를 부정하는데 기인하고 경쟁력 약화는 리더십 부재에서 발생합니다. 오 총장은 설립자 추도식을 아예 못하게 할 정도로 설립자의 유지를 계승할 마음도 없고, 구성원들에게 뚜렷한 비전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질이 부족하면 학교 발전을 위해 당연히 물러나야 하고, 생전에 설립자 말씀대로 외부에서 유능한 분을 모셔야만 합니다. 그래서 ‘형제끼리의 싸움’이란 비난을 감수하고, 직접 법인이사회에 오 총장의 해임을 요청했습니다. 그것이 설립자가족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대학 구성원 모두가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하며 대학의 살 길을 찾아야 합니다. 과거 우리대학이 최고였던 이유는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이었고, 늘 서로를 배려했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작은 전문대인 충청대 졸업식에 대통령께서 참석하셨고, 세계태권도대회를 무려 11번이나 성공적으로 치러 낸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우리에겐 분명 저력이 있습니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각오로 구성원 모두의 지혜가 모아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글 · 사진 조석준 기자 yoha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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