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어일선 교수

어일선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

[동양일보]

멜로영화의 정석, 멜로영화의 사전 같은 영화라고 일컬어지는 영화. 정말 가슴 뭉클한 사랑과 이별, 재회 등이 담겨있고 영화음악의 거장인 엔니오 모리코네가 함께한 1994년 개봉한 작품, 글렌 고든 카슨 감독의 <러브 어페어>를 소개한다. 특히 사랑의 주인공으로 연기한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은 정말 케미라고 불리워질만큼 너무 잘 어울린다. 사실 두 사람은 실제 부부이기도 하다. <러브 어페어>는 6번에 걸쳐 리메이크가 이루어진 매력적인 소재의 영화이다. 첫 번째는 1932년 손턴 프리랜드 감독의 <러브 어페어>, 두 번째는 1939년 레오 맥커리 감독의 <러브 어페어>, 세 번째는 1957년 맥커리 감독이 다시 리메이크한 <어페어 투 리멤버>, 그리고 글렌 고든 카슨 감독, 워렌 비티 제작의 <러브 어페어>가 4번째 영화이다. 오늘은 이 4번째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영화는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처럼 동화에서나 벌어질 법한 우연의 반복이지만,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토리라고 한다. 1994년 이전 세 편의 영화는 모두 흑백영화, 후속 세 편은 모두 리메이크작인 만큼 관객들은 영화 스토리를 너무 잘 안다. 하지만 <러브 어페어>는 지금도 운명적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대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삶을 일깨우는 문학적 명대사와 눈을 뗄 수 없는 로맨틱한 풍경은 관객을 영화 속으로 빨아들이기에 충분하다. 특히 영화 속 약속의 장소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관광명소로도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인의 73%는 아직도 운명적 사랑을 믿고 있다고 한다. 우연히 반복되는 사랑의 판타지를 보며 관객들은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불완전한 사랑일지라도 영화 속 두 연인을 바라보며 운명적 로맨스의 완성을 꿈꾼다고 한다. 1929년 10월, 갑자기 불어닥친 경제 대공황으로 미국 전역이 어려운 시절, 월간지 ‘칼리지 유머(College Humor)’에 실린 우르술라 페롯의 단편소설 <러브 어페어>를 영화화하면서 흥행에 대성공을 이룬다.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할리우드 멜로 고전이 되는 순간이다. 은퇴한 풋볼 쿼터백 스타 출신의 마이크 갬브릴(Mike Gambril: 워렌 비티 분)은 유명한 플레이 보이이지만 토크 쇼 진행자인 방송계의 거목 린 위버(Lynn Weaver: 케이트 캡쇼 분)와의 약혼을 발표해 연예계의 주목을 받는다. 호주 행 비행기에 탑승한 그는 비행기 안에서 미모의 테리 맥케이(Terry McKay: 아네트 베닝 분)라는 여인을 만나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그들이 탄 비행기는 갑작스런 엔진 고장으로 조그만 섬에 비상착륙하게 되어 근해에 있던 러시안 여객선을 타고 타히티로 향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어느덧 사랑에 빠지게 됨을 안다. 그렇게 사랑이 시작될 때 지니 할머니(캐서린 햅번)가 피아노 솔로 곡을 연주하자 넋을 잃고 지니를 쳐다보던 테리가 화음을 넣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마이크. 이어 러시안 유람선의 항해를 통해 배경으로 보이는 화려한 노을의 아름다움과 겹쳐지는 두 사람의 키스. 뉴욕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두 사람은 3개월 동안 그리움의 시간을 갖은 후 그때도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면 3개월 뒤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시간이 지나도 마음이 확고한 두 사람은 약혼자와의 이별을 하고 약속 장소로 향하던 중 테리가 사고를 당하고 만다. 이 사실을 모른 채 마이크는 테리를 기다리다 낙담하고 떠나게 된다. 이 후, 테리는 재활치료에 열심이고 마이크는 새로운 코치직을 얻기 위해 준비한다. 이윽고, 레이 찰스 콘서트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아직도 사랑하는 마음에 변함이 없음을 알게 되고 사랑은 거침없이 진행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한 장의 그림으로 그들의 사랑은 완성이 된다. 영화의 타히티섬을 배경으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piano solo”를 듣고 있으면 타히티섬에서의 몇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진다. 이때 캐서린 헵번의 대사 “인생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그것을 원하느냐야...”라는 말이 사랑에 대한 진정한 마음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뉴욕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테리를 보며 마이크가 말을 한다 “지금 행복한가요? 난 지금까지 사는 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충실하지 못했지만, 나한테 모험을 한번 해볼래요? 나에게 시간을 줘봐요.” 테리도 적극적으로 마음을 드러낸다. “당신이 안 나온다고 해도 난 이해할 거예요.” “난 나가요. 당신이 안 나와도 이해해요.” “난 나갈 거예요...”

진정한 사랑만이 가지고 있는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과 순수함. 어쩌면,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사랑의 모습이기에 잘 만들어진 로맨스 멜로 영화 <러브어페어>는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도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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