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 하는 행복한 사랑의 기업을 꿈꾼다"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누구에게나 개인의 장점과 특성에 맞는 일을 찾을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장애인 등 특정 집단을 그런 기회로부터 자꾸 배제하는 편견을 가진 게 아닌가 늘 생각했습니다”

인쇄·출판 관련 창업.사회적기업인 (사)대한문화체육교육협회 장애인자립지원단 김상배(56)대표는 지난 17일 동양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고용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로 ‘공정성’과 ‘포용’을 들었다. 장애인에게도 원하는 분야에서 성장할 다양한 직무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해야 하고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장애인자립지원단은 전체 직원 중 장애인 비율(29명/24명)이 83%에 달한다. 특히 지역 내 중증장애인 20명을 고용, 사회적 약자에게 공정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 설립된 이 회사는 각종 인쇄와 전산 출력(DM) 발송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설비 등을 바탕으로 국가·공공기관들의 인쇄·DM 발송 등의 업무를 말끔히 수행하고 있으며, DM 데이터 구축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 대표는 “누구나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아프거나 쉬어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누구든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공정한 성장 기회가 주어지는지,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포용되는지는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장애인과 연을 맺게 된 계기는 2001년 상이군경회 소속인 ‘국가유공자 전우용사촌(이하 용사촌)’에 입사하면서다. 당시 20대 후반의 서울 인쇄업계에선 제법 능력을 인정받던 그는 국가유공자 중증장애인을 중심으로 한 인쇄업에서 고전하던 용사촌으로 자리를 옮긴다.

김 대표는 “(용사촌이)2012년 이후 직영체제로 개편된 뒤, 인쇄업을 통한 사업 이익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정작 모든 열의를 다해 고생하며 근무하는 직원들에 대한 복지는 보잘 것 없었고, 큰 사업 이익에도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성과급 따위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러한 상황에 큰 회의를 느낀 김 대표는 제대로 된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을 운영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2020년 5월, 19년 간 근무한 용사촌을 퇴사한 김 대표는 경기도 일산에 (사)대한문화체육교육협회 산하 장애인자립지원단을 설립, 운영에 들어가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사옥과 공장을 세종과 대전으로 이전하는 또 다른 큰 결심을 한다. 김 대표는 “대전·세종이 이제 행정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주로 국가·공공기관의 인쇄와 관련된 사업을 수주하는 장애인자립지원단의 특성상 원활한 소통과 과업 수행을 위해 이전이 미래를 위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성장목표는 소박했다. 바로 중증장애인 20명이 근무하고 있는 현재에서 점차 일거리를 늘려 100명의 장애인을 채용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조직 규모가 커져도 공정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을 진짜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포용하고 있나, 공정한 기회를 주고 있나 하는 화두를 계속 던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 같은 회사가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게 잘 커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지역에서 함께 숨 쉬며, 장애인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즐겁게 일하고 보람을 얻는 안정된 직장.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없어도, 적어도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이자 꿈이다.

그는 끝으로 “‘함께 걸음’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다. 그 누군가는 사람의 신체조건을 따지지 않고 일하는 보람을 함께 나누고, 지키는 사람이 있는 한 모두가 잘 사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정래수 기자 raesu197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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