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어린 시절 시골마을에서 한 참 바쁜 농사철에도 그저 동네 또래들과 뛰어 노는 것이 좋아 마을 어귀나 동네 뒷산을 돌아다니며 놀다 집에 들어가면 부모님께서 노하시며 소갈딱지가 없다고 하셨다. 동네 또래들과 마냥 노는 것이 좋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절에 맞게 그냥 놀기 만 하였다. 봄이면 마을 어귀나 공터마당에서 놀고 여름이면 마을 앞 개울가 혹은 인근 방죽에서 목욕하며 놀고 가을이면 마을 뒷산에서 겨울이면 물 고인 논에서 썰매를 타거나 공터에서 신나게 놀다 집으로 들어가곤 하였다. 눈코 뜰 새 없이 한 참 바쁜 농번기에는 힘없고 작은 일손도 절실하게 필요한데, 어리고 철딱서니가 없다 보니 논일 밭일 돕는 것은 뒷전이었다. 시골은 사람이 매우 중요한 일손이고 이런 일손의 풍요가 집안의 자랑이고 부의 가치기준이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은 또래들과 노는 것이 우선이다 보니 부모 혹은 동네 어른들께서 보기에 철딱서니 없다고 하거나 소갈딱지가 없다고 혀를 차거나 혼을 내는 것은 당연지사 이었다. 그저 어른들에게 듣는 말은 철딱서니 없다거나 소갈딱지 없다거나 하는 말들을 늘 상 들으며 각성하기 보다는 도통 알아듣지 못하는 혹은 의미도 모르는 힐책의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시절 시골 마을의 또래들은 듣기 싫으며 이해 못하는 외계인의 말 같은 소리를 조상 대대로 물러 받으며 자라고 그 자손에게 대물림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들은 새롭게 변형된 줄임말로 어른들은 당황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은 알알 듣지 못하고 이해 못하는 이상한 말들을 듣고 지금은 자녀들에게 소통 안 되는 줄임말로 따돌림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세월들이 흐르고 흘러 육십갑자(六十甲子)를 돌아와 보니 그 때 그 시절이 그립고 그런 말들이 정감 있어 보이고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고픈 꿈들을 꾸곤 한다. 따라서 오늘은 밴댕이 소갈딱지에 대하여 논해 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소갈딱지란 무엇인가? 소갈딱지는 마음이나 속생각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소갈딱지가 없다는 마음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며 성질을 일컫는 평안도 사투리이기도 하다. 관용구로 밴댕이 소갈딱지 혹은 소갈머리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매우 좁고 얕은 심지(心志)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즉 밴댕이 소갈머리라는 말은 쉽게 삐지거나 토라지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밴댕이는 청어목에 속하는 반지라는 생선으로 강화도에서 부르는 사투리이다. 흔히 밴댕이 소갈딱지만도 못하다는 말은 고기를 잡는 어부도 살아있는걸 잘 보지 못할 정도로 성질이 급해 일찍 죽어 너그럽지 못하고 고약스런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유사한 말로 철딱서니라는 말도 있으며, 철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철따구니, 철딱지 등도 쓰인다.

속담으로 밴댕이 소갈딱지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속이 매우 좁은 사람을 일컫는 말로 속 좁은 밴댕이의 아주 작은 부스러기 같은 마음 씀씀이를 비유한 것이다. 주로 여자보다 남자들이 남자답지 못한 행동을 할 때 흉보는 말로 사용한다. 옛날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시대에 배포가 커야하는 사내대장부가 쪼잔 하거나 남자답지 못 할 때 비하하며 밴댕이 소갈딱지라고 흉을 봤다. 남자들에게 밴댕이 같다는 말은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이다. 이말의 연유를 살펴보면 밴댕이는 그물에 잡히면 금세 죽거나 파르르 떨며 이리저리 뒤집는 등 성깔 나쁜 행동을 속 좁은 탓으로 보았다. 하지만 밴댕이는 내장이 작을 뿐만이 아니고 수압에 의해 물 밖으로 나오면 내장이 터지는 고통에 발버둥 치며 고통스럽게 죽는 것이다. 이를 보고 사람들이 밴댕이가 속좁다하니 생사의 고통으로 죽어가는 밴댕이는 억울하다.

밴댕이는 몸이 작으니 속도 작고 내장기관은 더욱 작다. 몸집이 작다 보니 속도 좁아 옹졸한 사람을 밴댕이 소갈딱지라 부른다. 너그러움은 관용이라는 말로 양보하다에서 유래된다. 마음이 넓으면 내 것을 고집하기보다 타인에게 양보하는데 이를 너그럽다고 한다. 하지만 밴댕이 소갈딱지는 유년시절의 추억에 그치고 이제는 서로간의 이해와 배려로 바다같이 넓은 너그러움으로 살아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며 좋은 사람 마음씨 넓은 사람 훌륭한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 평가는 단순한 잣대로 짧은 기간에 평가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기 요인에 의해 세월에 의하여 평가된다. 따라서 후대에 자손들이 선대의 덕을 보게 된다. 어찌되었든 이 세상에 태어나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기는데 이름을 남기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기왕이면 소갈딱지 소갈머리 싸가지 있는 사람으로 불리며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고 싶은 생각이다. 그 사람 좋은 사람, 자식들도 된 사람으로 유전자가 남다른 집안이야!와 같은 바램이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좋다. 따라서 2022년 임인년(壬寅年)에는 우리 모두 밴댕이 소갈딱지 같지 않다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어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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