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동양일보]요즈음 시국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의 계절이라 대선에 따른 몇 가지 생각을 적어본다.

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는 지지율 1, 2위 후보의 지지율 보다 비호감도가 높고 정책이나 공약은 실종되고 오히려 후보자나 가족의 신변 잡담이 상당하다. 오죽하면 영국의 대표적 신문중 하나인 더 타임스 까지 2월13일자에 “이번 한국 대선은 한국 민주화 이후 35년 역사상 가장 역겨운 선거” 라는 보도와 함께 “부패와 부정, 샤머니즘, 언론인에 대한 위협과 속임수가 선거를 집어 삼키고 있다.” 라고 보도 했을까?

우선 이렇게 된 배경에는 후보자 문제가 있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 보면 ‘몸과 마음을 닦고 집을 안정시킨 후에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정한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고 했다. 이는 비단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만이 아니라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안 된 사람은 적은 이익에 마음이 흔들리고 옳고 그름보다 소소한 정에 쏠리기 쉽다. 더구나 큰일을 할 사람은 사적(私的)이기보다 공적(公的)이어야 한다. 그동안 정계에 회자한 말로 ‘위성미’니 ‘캠코더’니 ‘○○회’ 같은 말은 능력이 부족한 지도자가 국사를 사조직에 의존해 운영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에서 흠결이 있는 사람을 추천 한 것이나 흠결이 많은데도 임명 하는 것을 보고 임명권자가 총명하지 못하다고 한다. 여기서 총명(聰明)이라 함은 귀 밝고(聰) 눈이 밝다(明)는 것을 의미 한다. 그러므로 대선후보자는 총명해야 한다. 하물며 약한 마음에 미신과 종교, 심지어 폭력조직에 기대는 것은 천부당만부당 한 일이다. 그리고 후보 판단 기준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돈과 이성 문제다. 이 기준에 미달하면 당선되어도 끝이 평탄치 않다. 1950년대 말 신문 연재소설에 ‘아버지가 낙선하면 집안이 망하고 당선되면 나라가 망한다.’ 는 구절이 생각나는데 얼마나 수신과 그릇이 안 됐으면 아들이 이런 말을 했을까? 새겨 볼 말이다.

다음으로 생각 할 것은 유권자의 의식이다. 요즈음 국민의식은 국가적인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방관자 입장이라는 점이다. 같이 뜻을 모으고 잘 해결되기를 바라기보다 위정자나 공무원이 하겠지 하면서 불평만 한다. 이 시대의 석학 김형석 교수는 “좋은 대통령 후보가 없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대통령을 뽑을 애국심이 있는 유권자가 적다.” 고 했다.

세 번째는 언론의 역할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은 이번 대선이 혼탁하다는 말만 하고 강 건너 불 보듯 한다는 느낌이다. 지난 해 12월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는 언론이 네거티브를 비롯한 저질의 선거풍토를 마치 중계방송 하듯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는 영어로 동서남북의 첫 자를 따서 만든 단어인데 새로운 소식을 알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올바른 국민정신 계도라는 또 다른 면을 도외시하고 있어 안타깝다. 각종 신문과 방송이 하찮은 가십성 기사에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이보다는 각 후보자와 정당의 제반 정책과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언론의 책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후보자검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효과적인 검증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본다.

① 후보자 검증을 위한 토론회는 이념성향이 있는 개별 방송사보다는 편향성이 적고 무게감이 있는 관훈 클럽 같은 기관이 맡아서 하고 토론참여자는 후보자 외에 사회자와 분야별 전문가들이며 이들은 중도성향의 인사들이 맡아 질과 격을 높여야 한다.

② 토론회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은 코로나로 어려워진 경제문제와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의 통일· 안보· 국방문제, 또 국제정치와 외교문제, 미래를 위한 교육· 문화· 과학 분야 그리고 시급한 정치개혁 등 후보별로 정책과 공약의 제시와 아울러 이의 실행을 위한 재원을 비롯한 구체적 방법을 발표하게 한다.

③ 시행 횟수는 3∼4회에 걸쳐 한번에 2∼3가지씩 분야별로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정책과 공약제시에 배분하여 후보자의 정책 방향과 능력을 변별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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