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청주자생한방병원 원장

이희범 청주자생한방병원 원장

[동양일보]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가고 이제 2022년도 춘삼월에 접어들었다. 비록 미세먼지가 불어오는 날이 늘었지만 점심시간에는 따뜻한 봄기운을 맞으며 거리를 산책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날씨가 됐다. 하지만 따스한 봄의 정취가 아직까지 멀게만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수족냉증 환자들이다.

기온이 낮을 때 손과 발이 차가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유독 손발이 차고 추위에 매우 민감한 이들이 있다. 특히 따뜻한 봄이나 심지어 한여름에도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만큼 손발 시림을 호소하는 증상을 수족냉증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수족냉증 환자들의 경우 손발이 차다는 점과 함께 손발 저림, 감각저하, 월경불순, 소화장애, 안면홍조 등 동반되는 증상들이 굉장히 다양하다.

수족냉증은 엄밀히 말하면 진단명이라기보다 증상을 나타내는 단어다. 그러므로 왜 손과 발이 찬지 이유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치료를 위한 첫걸음이다. 수족냉증을 유형별로 나눠 보자면 대표적으로 소화기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한의학에서 소화기는 손, 발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소화기가 약해 섭취한 영양분의 흡수 능력이 떨어지면 기초 열량 공급이 줄어든다. 이에 적응하려는 몸은 에너지 발산을 자제하기 위해 말초혈관을 수축시키면서 손과 발이 차가워지게 된다. 수족냉증 환자들이 만성장염, 변비, 설사 등 소화기 장애를 함께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호르몬 변화도 수족냉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진료실을 방문하는 수족냉증 환자 가운데 40대 중반 이후의 여성들이 많은데 대부분 폐경기 호르몬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꼭 폐경기가 아니더라도 초경, 임신, 출산 등 급격히 호르몬 변화가 오는 상황에서도 수족냉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특히 생리통, 생리불순이 동반되는 수족냉증은 체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신체 말단 부위의 체온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은 불임, 냉 대하 등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스트레스에 자주 노출돼 교감신경이 항진된 남성들에게도 자주 나타나는데, 이를 방치한다면 피로감, 불면증, 정력감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잦은 흡연과 폭음을 즐기는 이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수족냉증에는 한의학적 치료가 효과적인 도움이 된다. 대표적으로 침치료와 뜸치료, 한약 처방이 있다. 침치료는 인체의 기혈 순환을 조절하고 체내 노폐물의 배출을 촉진해 말초의 혈류개선에 탁월하다. 뜸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정신적인 긴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환자 증상과 체질에 맞춰 조제한 한약은 기와 혈의 부조화를 바로 잡아 소화 기능을 돕고 혈액이 한 곳에 정체되는 증상인 어혈을 치료한다.

치료와 더불어 일상생활에서의 건강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손발을 많이 움직여주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소화기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외출 시에는 가볍고 땀을 잘 흡수하는 면 소재의 옷을 여러 겹 입어 기온변화에 따른 열 손실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귀가 이후에는 반신욕이나 족욕을 통해 신체 말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생명이 움트는 봄은 몸의 양기를 채우기 가장 알맞은 계절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고 건강한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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