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다해 도민의 행복을 생각한 시간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 비전 제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는 어렵게 얻은 쾌거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

이시종(75· 사진) 도지사는 민선 5,6,7기 12년 동안 충북도정을 이끌어왔다. 충북 발전을 위해 밤낮없이 일에 파묻혀 살아왔던 그가 이제 50여일 후면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 동안 혼신을 다해온 충북도지사로서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공직생활을 너무 오래 한 탓에 새장 속의 새처럼 갇혀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 훨훨 날고 싶다”는 한 마디에 이 지사의 노고가 그대로 녹아 있는듯하다. 12년 그의 시간을 돌아본다.

△12년 임기를 다하고 퇴임 50여일을 앞둔 시점에서 소회.

먼저 지난 12년간 도지사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믿어주시고 격려해주신 도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지난 12년은 충북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열심히 고민하며 설계하는 시간이었다.

민선 5기부터 바이오, 태양광 등 6대 신성장산업을 집중 육성해 ‘1등 경제 충북의 기적’을 이뤄냈다.

최근 경제성장률 전국 1위(2016~2020년 연4.2%), 고용률 전국 2위(2021년 70.3%), 수출증가율 전국 2위(2020년 12.8%), 전국대비 충북경제 비중이 2009년 2.9%에서 2020년 3.7%까지 수직상승했다.

또한 ‘투자유치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으로 전력을 다해 민선5~7기 투자유치 106조 5000억원 달성(2022년 3월 31일 기준), 7896개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28만명의 신규고용 창출을 이뤄냈다.

지금 충북경제는 모든 분야에서 도정사상 최고의 전성기라 자부한다.

그동안 도민 여러분과 함께 같은 곳을 보며 열심히 뛰어 충북의 빛나는 기적을 실현한 것이 매우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기억에 남을만한 보람 있었던 일은.

미래를 내다본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 비전을 제시했다.

바다가 없고 자원이 부족한 충북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미개척분야인 바이오, 태양광·신에너지, 화장품·뷰티, 유기농·식품, 신교통·항공, ICT·융합 등 6대 신성장산업 유치와 육성에 총력을 다했다.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이라는 비전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 충북은 신성장산업 분야에서 절대적 우위를 선점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태양광 셀·모듈 생산 전국 1위, 이차전지 생산액 전국 1위, 반도체산업 생산액 전국 2위, 바이오산업 생산액 전국 3위라는 대한민국의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첨단산업의 중심 충북으로 성장했다.

충북이 2014년 처음 제안한 ‘강호축(강원·충청·호남8개시도)’이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했다.

경부축 중심의 개발정책을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강호축으로 확대했다.

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2019년 1월)과 5차 국토종합계획(2019년 12월) 등 국가계획 반영으로 정부차원의 추진 근거를 확보했다.

강호축 핵심사업인 충북선 철도 고속화사업의 예타면제(2019년 1월), 4차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 등 남북평화와 유라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오송연결선(평택~오송 2복선화 기본설계에 오송분기기 반영) 새정부 정책과제 반영(2022년5월)으로 X자 국가 고속철도망 완성의 기반을 마련했다.

강호축이 경부축과 함께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양대 축으로 인정되며 국토의 중심 당당한 충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도정활동을 하면서 붙잡았던 가치관은.

언제나 “진실이 가장 큰 무기다”라는 평생의 좌우명대로 진심을 다해 오로지 충북의 발전과 도민의 행복만을 생각했다.

항상 일로써 승부하고자 가족, 친척, 친구도 멀리하며 오직 일에만 올인. 일꾼 도지사로 불리며바보같이 외길로만 살아왔지만 충북의 변화와 발전을 지켜보면서 늘 보람과 긍지를 느꼈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지만 충북과 충북도민을 위해 끝까지 일할 것이다.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완성해 미래 100년 발전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경제지사로 불릴 만큼 경제적 측면에서 충북을 부각시킨 것에 비해 지역 문화, 농업, 복지 측면에서 신경을 덜 쓴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10여년 전 충북은 ‘만년 3%, 국토의 변방 작은 충북’에 불과했다.

전국에서 가장 잘사는 충북을 만들고자 경제 발전에 치중했으나, 문화·농정·복지 분야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한 적은 없다.

도민의 품격있는 문화향유를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역예술 저변 확대를 위한 생태계 조성에 힘썼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2018년 12월), 국립충주박물관 건립 유치(2019년 12월), 문화예술회관 건립지원(4곳), 공립도서관 개관(22곳), 청남대 대통령기념관(2015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2022) 등을 추진했다.

충북문화재단 출범(2011년 11월), 문화예술진흥기금 조성(295억원), 문화예술 거점 공간인 충북문화예술인회관(2014년 7월)을 마련했다.

첨단 미래 스마트농어업 육성과 농업인 복지증진 등을 통해 상생하는 농업·농촌 조성에 힘썼다.

미래해양과학관 건립, 바이오첨단농업복합단지 조성, 농업인 공익수당 지원(10만8806농가, 544억원)

전국 최초로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농촌창업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 산모대상 친환경농산물꾸러미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2015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성공개최로 충북이 유기농의 메카로 등극했다.

맞춤형 복지정책의 선제적 발굴추진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도민이 행복한 살기좋은 충북을 실현했다.

9988 행복지키미사업, 노인일자리 창출기업 인증제, 9988 행복나누미사업, 치매·중풍 걱정없는 충북 사업을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 시골마을 행복택시 확대 운행(230여개 마을), 청년행복결혼공제 사업 확대, 읍면동 ‘맞춤형 복지전담팀’(153곳)과 ‘자살예방 전담조직’(1팀 3명)을 구축했다.

충주의료원 이전 신축(607억원, 300병상), 단양군보건의료원 건립(150억원, 30병상), 충북권역외상센터(143억원), 권역호흡기질환전문센터(360억원)를 설치했다.

△메가시티 구축에 대한 견해.

수도권 일극화에 대응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충청권 4개 시도가 메가시티 추진에 합의(2020년 11월 20일)했다.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전략수립 공동연구’를 추진해 3대 분야, 9대 전략 29개 사업을 도출했다. 충청권은 메가시티 계획을 구체화하고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충청권 합동추진단 구성을 위한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과 운영방안 연구용역’이 8월에 추진될 예정이다.

초광역협력 중장기 발전전략 기획을 위해 올 12월 ‘산업-공간-사람 분야 연계 전략’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다.

충청권이 4차 산업혁명에 특화된 미래산업의 메카, 국가균형발전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렵다고 생각한 일은 무엇이고 그에 대한 극복 방안.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충북 오창 유치(2020년 5월)는 2008년 유치 실패 이후 오랫동안 어렵게 준비해 얻은 12년만의 쾌거다.

사업 제안 초기 정부는 예산 등의 이유로 중이온가속기(대전) 구축 완료 시점까지 방사광가속기 추가구축은 보류한다는 입장이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국경제에 대한 위협이 불가피함에 따라 정부에서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임을 인식하고 2020년 3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방사광가속기 추가 구축사업을 전향적으로 결정했다.

방사광가속기는 기초과학을 비롯하여 바이오·반도체·이차전지 등 미래 신성장산업의 세계적 도약에 필수적인 대형 국가연구시설로 당시 참여 지자체간 유치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특히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에 따른 정치 쟁점화도 우려되는 상황으로 일부 후보지역의 과도한 네거티브 전략이 팽배했다.

충북은 2008년 동 사업 유치실패의 고배를 마신 후 타 시·도보다 더 오랫동안 더 철저히 준비해 온 실력을 발휘했다.

선제적 타당성 연구용역 실시, 국회토론회, 전국 주요기관과 협약, 서명운동 등 한발 빠르게 대응하며 방사광가속기를 극적으로 유치했다.

‘준비된 재수생’ 충북은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착실히 미래를 준비한 근성을 가지고 있다. 방사광가속기 유치는 이러한 충북의 끈기와 불굴의 의지가 얻은 값진 성과라고 생각한다.

△충북도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는.

충북의 산업·경제·문화가 발전하려면 그것을 꽃피울 기반인 SOC가 절실하다. 특히 교통·물류의 핵심시설인 철도교통망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충청권 광역철도 청주도심통과 노선의 조속한 확정이 절실하다.

현재 국토부는 사전타당성조사 진행 중으로 10월쯤 노선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은 도 차원의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현재 철도전문기관을 통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청주도심 통과시 청주시민과 대전·세종 시민 간 동일생활권 구축, 청주시민의 철도교통 접근성 향상과 도시상권 부활이 기대된다.

국가 X축 고속철도망(강호축) 완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목포~원주까지 직결하는 X축 고속철도망 구축은 오송·봉양·원주 연결선이 모두 추진돼야 실현이 가능하다.

현재 오송연결선만 국가계획에 미반영된 상태다.

오송연결선 미반영 시 국가균형발전의 한축인 강호축 개념 퇴색, 국토발전의 부익부 빈익빈(경부축>강호축) 지속화가 초래될 것이다.

강호축 실현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의 완성을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도민과 지역을 위해 일하는 도지사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다만 공직생활을 너무 오래 한 탓에 새장 속의 새처럼 갇혀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 훨훨 날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 친척 등 지인들과 만나 이야기도 나누며 관계 회복의 시간을 갖고 싶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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