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억 청주 성모병원 원장

반영억 청주 성모병원 원장
반영억 청주 성모병원 원장

[동양일보]국민은 누구인가? ‘국민의 힘’ 당원인가? 아니면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인가? 나와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은 국민에서 제외되는 것인가?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에 따라서 국민에 속하고 속하지 않는가가 결정되는 것인가?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해 주면 더 풍요로워진다. 나와 다른 네가 나의 존재 의미를 더 확고하게 해 주며 나와 다름을 지닌 너로 인해 다양성을 지니게 된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소통과 공감을 잊은 불통, 다름을 틀림으로 바라보는 독주, 패거리가 되는 엘리트주의는 끼리끼리의 선별된 국민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은 기우일까? 공정과 정의, 상식을 얘기하면서도 초대 국무위원 임명을 비롯한 인사권 행사에 있어서 ‘내로남불’의 결과를 드러내는 것은 새 정부의 신뢰에 치명적이다. 지역, 세대, 성별, 신념, 여야에 따른 내 편과 네 편의 편 가르기는 국민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를 지지했든 안 했든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가운데 갈등을 완화하고 통합을 이루길 희망해 본다.

국민(國民)은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 혹은 그 나라의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 통칭된다. 우리나라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은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고 강조해 왔다.

다양성을 지닌 국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선한사람, 죄인, 부자, 가난한 사람, 배움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국민이다. 반쪽 국민이나 반쪽 대통령은 있을 수 없다. 윗사람의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하고 그들의 인정을 갈구하는 사람들, 과시욕이 많은 이들, 출세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받을 것에만 관심이 향해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국민을 우선하지 않는다. 그런 이들이 포진해 있는 한 성공한 정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국민이 지닌 각자의 정치적 성향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줄 때 다양성의 조화로움이 빛나게 될 것이다. 주변을 보라. 수선화, 튤립에 이어 핀 이팝, 아카시아, 수련, 목단, 장미,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듯이 국민은 각각의 존재자체로 아름답고 소중하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산에 들어가 밤을 새우시며 기도한 후 많은 제자 가운데 열둘을 뽑아 사도(使徒)로 삼으시는 장면이 나온다. 보통 스승이 제자를 뽑을 때는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을 고른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세상 사람들의 기준과는 달리 어리석고 가난한 사람들, 소위 ‘변두리’ 인생들도 포함한다. 심지어 당신을 팔아넘길 배반자까지도 제자로 삼았다.

인적 구성에 마치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의 친일 세력과 같은 세리 마태오가 이름을 올렸고, 독립군과 같은 열혈당원 시몬이 함께 있다. 이스라엘의 점령 세력인 로마인들과 협력하는 세리와 로마인들에게 저항하여 무력투쟁을 하던 열혈당원은 당시 정치적 상황에서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적대 관계에 있었다. 그럼에도 스승 예수는 갈등과 적대 관계의 극복, 차별과 소외와 배척을 넘어서 모든 사람을 품었다. 아마도 밤을 새워 기도한 결과가 아닐까? 당장 눈앞의 것을 보지 않고 멀리, 깊게, 마음을 다하여 제대로 본다면 내 편을 넘어 모두가 국민으로 보일 것이다. 남보다 아는 게 많아서 스승이 아니라 품이 큰 사람이 스승이다. 대통령에게는 임기가 있지만, 스승은 언제나 가슴에 살아있다.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국민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지금은 다양성 안의 일치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할 때이다.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를 끌어안는 통합을 추구하는 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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