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필 청주청북교회 담임목사

박재필 청주청북교회 담임목사

[동양일보]20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갓 일주일이 지났다. 그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서 우리나라도 존경받는 전임 대통령을 갖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대통령제 중심 국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통치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메시야가 되려는 시도를 하다가 결국에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 중의 으뜸이 대통령이라는 말이 있다. 전임대통령 자신, 또는 그 자녀가 영어(囹圉)의 몸이 되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당연한 듯이 지켜보았다. 절대 권력을 내려놓은 후 겪는 아픈 역사다.

예수는 공적인 생애를 시작하기 전에 광야에 나가 40일을 금식하면서 기도했다. 그 기도 기간 중 세 가지의 큰 시험을 받게 된다. 첫째는 돌을 가지고 떡을 만들어서 허기를 채우라는 시험이었다. 예수는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는 대답으로 위기를 이겨낸다. 둘째는 높은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전능함을 보이라고 하는 시험이었다. 예수는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는 말로 이겨냈다. 마지막 세 번째에는 사탄이 지극히 높은 산으로 예수를 데려가서 천하만국을 다 보여주며 자기에게 경배하면 이 모든 것을 예수에게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예수는 오직 하나님께만 경배하고 섬기겠다는 대답으로 거절을 하며 이겨냈다.

만약에 예수가 위의 세 가지 시험 중에서 한 가지 이상, 혹은 전부를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철저한 종교사회였던 이스라엘에서 예수의 종교적 위상은 물론이고 정치적인 권위는 수직상승하였을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전통신앙은 강력한 메시야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대제국이었던 앗시리아, 바벨론, 페르시아의 속국이었던 것은 물론, 예수 당시에는 로마제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독립에 대한 열망이 충만했고, 자기들을 수탈에서 해방시켜줄 정치적 혹은 군사적 힘을 가진 강력한 메시야를 대망하고 있었다. 그런 역사적 정치적 상황 속에서 예수가 메시야로서 힘을 발휘했다면 쉽게 민심을 얻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한 메시야 노릇을 쉽게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철저하게 거절을 했고, 오히려 무력한 모습으로 십자가를 지는 길을 택했다. 쉽게 가는 메시야 길이 아니라 가장 참혹하고 고통스러운 메시야의 길을 자청해서 나아갔다. 역설적으로 그 연약함이 훗날 로마제국을 비롯한 세계를 기독교화 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절대로 메시야가 될 가능성도 없고, 될 수도 없다. 그러나 국민은 메시야 같은 대통령을 기대하고, 주변의 참모들은 메시야를 만들어내려고 혈안이 된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중에 국민의 다수에게 존경을 받는 이, 또는 성공적인 평가를 받는 이가 왜 없을까? 나의 진단은 메시야 노릇을 하려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소박하게 기대한다. 5년의 짧은 임기를 갖고 메시야가 되려고 하지 말라. 대한민국의 꿈을 이 기간에 다 성취할 수도 없고,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없다. 국민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시도하고, 갈등이 만성이 된 이 나라에 평안을 주고, 약한 이들에게도 일어설 용기를 주는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한 번 단임 대통령으로 끝날 것이기 때문에 이제 선거운동기간 같은 인기(지지율)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인기를 얻으려 하기 보다는 국익을 위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기초를 놓는 마음으로 직무를 감당하기 바란다. 존중을 받는 길보다는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르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 지지자가 다 떨어져 나가도 괜찮다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취임식 날보다 퇴임이 아름다운 대통령을 국민으로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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