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얼마 전 대형 쥐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사가 관심을 끌었다. 캄보디아 지뢰와 폭발물 제거 현장에 투입돼 100개 넘는 지뢰를 찾아낸 아프리카 도깨비쥐 ‘마가와’의 죽음에 영국 자선단체의 애도 기사였다. 1970~1980년대 캄보디아 내전 당시 매설된 지뢰 수는 600만개로 10만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다. 쥐라면 페스트와 전염병을 매개하는 해로운 동물로 생각하지만 예민한 후각으로 매설된 지뢰를 찾아내 수많은 인명을 구한 영웅 쥐의 일화는 감동이었다. 쥐는 냄새 방향 결정에 0.05초가 걸릴 정도로 후각이 뛰어나 결핵 환자의 검진에 이용되기도 한다. 족제비과의 페럿은 조류인플루엔자 탐지에도 활용된다.

개의 냄새를 분간하는 뇌 영역은 사람보다 40배 이상 크고 후각은 1만배나 뛰어나 수렵견, 마약탐지견, 인명구조견으로 활용된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수백개 폭발물을 탐지해 인명을 구한 공로로 2살 강아지 ‘패트론’이 훈장을 받은 기사가 있었다. 이같이 개의 뛰어난 후각은 사람의 폐암 조기진단에 활용되고 코로나19 확진자 판별에도 적용됐다.

해양동물의 수중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초음파 감각을 활용한 해양동물 군용화가 미국, 러시아에서 시작됐다. 미해군은 1960년대부터 해양동물의 군용화 전략으로 돌고래, 바다사자에게 기뢰탐지와 제거, 적탐지, 폭발물 설치 훈련을 했다. 얼마 전 북한의 남포항 인근에서 돌고래 군사용 훈련시설이 발견됐고, 최근 러시아 해군이 크림반도의 군항에 풀어놓은 훈련된 돌고래가 위성으로 포착됐는데 우크라이나 해군의 수중침투를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특히 돌고래는 해양동물 중 가장 정교한 수중음파탐지 능력이 있어 전자음파탐지기로 포착하기 힘든 기뢰나 위협적 물체를 쉽게 탐지 할 수 있다. 구 소련에서는 돌고래 자살특공대를 만들기도 했다. 돌고래를 군사병기로 사용하는 것은 사악하고 비인도적, 비윤리적인 동물학대다.

인류는 동물과 더불어 살아왔고 동물이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은 너무 크기에 고마움은 일거 할 수 없다. 말, 낙타, 라마, 코끼리는 인류의 발과 노동의 도구로, 소, 돼지, 염소, 닭은 인류의 먹거리 단백질 공급원으로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했다. 동물의 털과 가죽은 의복과 구두로, 개, 고양이는 인간의 친구로서 살아왔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지만 동물에 의지하고 함께 살아왔기에 오늘의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이 1000만명이 넘는다. 반려동물은 사람들에게 가족의 일원으로서 사랑받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위장염에 덜 걸린다는 연구발표도 있었다. 반려동물은 노인들의 치매 치료에 효과적이고 독거노인에도 돈독한 유대감으로 정서에 도움이 된다. 최근 개와 고양이뿐만이 아니라 새와 곤충 같은 반려동물들도 인기다. 어린이의 정서발달과 올바른 인성 형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인간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은 사람에게 사랑과 충성을 주기에 그들이 사람을 보살피는 것 같다. 신약개발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실험용 쥐로부터 산업동물, 반려동물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기여에 대한 감사함과 생명에의 경외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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