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율량천의 모습(사진=신우식 기자)
오염된 율량천의 모습(사진=신우식 기자)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청주 지방하천인 율량천에 인근 주택지구 생활오수가 유출되면서 악취와 함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19일 오전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덕성교 인근에서 갑작스럽게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악취가 심해지면서 원인을 찾으려 밖을 나온 주민들이 목격한 것은 탁한 유백색으로 오염된 율량천과 그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던 물고기 사체였다. 이와 더불어 폐사한 물고기 사체를 먹으러 백로 등이 새들이 모이면서 날리는 깃털, 새똥, 울음소리 등으로 2차 피해도 입었다.

물고기 사체를 먹기 위해 날아든 백로의 모습. 유출 지점과 약 20m 넘게 떨어져있는 곳이지만 이 곳 역시 물이 탁한 유백색이다.(사진=신우식 기자)
물고기 사체를 먹기 위해 날아든 백로의 모습. 유출 지점과 약 20m 넘게 떨어져있는 곳이지만 이 곳 역시 물이 탁한 유백색이다.(사진=신우식 기자)

 

인근 주민 A씨는 “전날(18일) 뭔가 공사를 하는 것 같았는데, 저녁에 7시 넘어서부터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라며 “일시적인 상황인 줄 알았더니 아침에 일어나니까 악취가 더 심해졌다. 대체 뭘 건드린 거냐”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 물이 무심천으로 흘러가는데, 명백히 청주의 하천을 오염시키는 행위"라며 "오염된 물 때문에 죽은 물고기를 먹은 새가 죽을 수도 있다. 관리를 똑바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율량천변 우수토실 바로 앞은 유출된 생활오수로 인해 악취와 부유물이 생겼다(사진=신우식 기자)
율량천변 우수토실 바로 앞은 유출된 생활오수로 인해 악취와 부유물이 생겼다(사진=신우식 기자)

 

생활오수 유출은 청주시 환경관리본부가 발주한 ‘차집관로 우수토실 채수장치 설치공사’로 인해 발생했다.

청주의 하수관은 우수관‧오수관으로 나뉜 분류식과 종류의 구분 없이 하나의 관으로 모이는 합류식으로 나뉜다. 이 지역 하수관은 합류식으로 주택 생활오수가 정화조를 한번 거친 뒤 율량천변에 설치된 우수토실을 통해 옥산의 하수처리장으로 흐른다.

청주시는 장마철을 대비해 우수토실에 유량계와 오염측정 장비 등이 부착된 채수장비 설치사업을 추진했다.

전날(18일) 업체가 설치한 물길의 모습. 그러나 오수 유입량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결국 둑이 무너지면서 생활오수가 율량천으로 유입됐다(사진=독자제공)
전날(18일) 업체가 설치한 물길의 모습. 그러나 오수 유입량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결국 둑이 무너지면서 생활오수가 율량천으로 유입됐다(사진=독자제공)

 

공사를 맡은 사업체는 전날 채수장비를 설치했고, 콘크리트 양생 때문에 내부에 마대로 둑을 쌓은 뒤 PVC관으로 물길을 만들어 오수가 율량천으로 흐르지 않도록 조치했다. 이 물길은 물 사용량이 적을 때는 제역할을 다 했으나, 퇴근 후 늘어난 물 사용량을 감당하지 못해 생활오수가 율량천으로 유입됐다.

전날(18일) 업체가 설치한 물길의 모습. 그러나 오수 유입량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결국 둑이 무너지면서 생활오수가 율량천으로 유입됐다(사진=신우식 기자)
전날(18일) 업체가 설치한 물길의 모습. 그러나 오수 유입량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결국 둑이 무너지면서 생활오수가 율량천으로 유입됐다(사진=신우식 기자)

 

이날 오전 현장을 확인한 청주시와 업체는 부랴부랴 물고기 사체를 치우는 등 작업을 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시점이 전날인 만큼, 밤 새 흘러나간 오수의 양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정된다.

율량천 생활오수 유출로 떼죽음 당한 물고기(사진=신우식 기자)
율량천 생활오수 유출로 떼죽음 당한 물고기(사진=신우식 기자)

 

청주시 관계자는 “유출 오수량은 어느정도인지, 어디까지 오염이 된 것인지 파악은 안된 상태”라며 “주민분들이 악취로 피해를 입게 돼 죄송하다.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겠다”라고 사죄했다. 신우식 기자 sewo91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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