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연간 30만t… 충북 2만4138t 배출
밭농사 필수품 멀칭비닐이 환경오염 주범
산간 경작지, 수거하기 어려워 자체 소각

충북 괴산군의 한 길가에 영농폐비닐이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최근 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식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정부와 공공기관을 비롯한 기업들도 앞 다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포,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농촌은 해마다 영농폐비닐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시름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안 없이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동양일보는 충북도내 영농폐비닐 배출·수거·처리 실태와 해결방안 등을 3회(상·중·하)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상>청정농촌 뒤덮는 영농폐비닐

□<중>제자리 걷는 수거·처리시스템

□<하>친환경농자재 지원·교체 시급



충북을 비롯한 전국 각 지역의 농촌에선 처리시설이나 예산, 인력 등이 턱없이 부족해 해마다 엄청난 양의 영농폐비닐이 배출되고, 상당량의 폐비닐이 농가에서 불법 매립·소각되면서 토양·대기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영농폐기물 수거·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는 한국환경공단(이하 공단)을 비롯해 각 지자체에서도 영농폐비닐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곤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나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단에서 발간한 2017~2020년도 영농폐기물조사에 따르면 국내 영농폐비닐(멀칭용, 하우스용, 기타 PVC·EVA·PO 등) 발생량은 2017년 31만4475t, 2018년 31만8775t, 2019년 31만153t, 2020년 30만7159t으로 매년 30만t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20년 전국 9개 시·도(영역)별 영농폐비닐 발생량과 증감률(전년도대비)을 살펴보면 △대구·경북 4만9049t(-1.4%) △광주·전남 4만7146t(3.0%) △부산·울산·경남 4만4752t(-6.7%) △서울·인천·경기 3만6345t(0.6%) △전북 3만5917t(-1.0%) △대전·세종·충남 3만5327t(-7.8%) △충북 2만4138t(4.0%) △강원 2만3986t(0.3%) △제주 1만497t(18.8%) 등이다.

이처럼 충북의 영농폐비닐 발생량은 전국 7위로 낮은 편이지만, 증가율에선 제주를 제외한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충북도내 각 시·군의 영농폐비닐 발생·증가량은 △청주 2786t(136t) △충주 2976t(60t) △제천 2418(35t) △보은 1533(48t) △옥천 2054(91t) △영동 2872t(142t) △증평 317t(9t) △진천 1525t(115t) △괴산 2693t(96t) △음성 3460t(159t) △단양 1504t(28t)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영농폐비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멀칭(Mulching)용 비닐이다.

논·밭(노지)에서 농작물을 재배할 때 지온상승, 잡초억제, 토양수분, 토양의 입단구조 보호를 위해 경지토양의 표면에 덮어주는 이 비닐은 로덴(LDPE·저밀도폴리에틸렌), 하이덴(HDPE·고밀도폴리에틸렌)으로 구분되며 경작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멀칭과 비닐하우스 재배로 매년 전국에서 32만t이 발생한다. 이 중 22.7%인 7.2만t이 수거되지 않은 채 방치되거나 임의로 소각 또는 매립되고 있다.

농가에서 주로 쓰는 두께 0.012mm, 너비 90cm, 길이 1000m의 멀칭비닐은 900㎡를 덮을 수 있는 양으로 무게가 15kg이지만 흙이나 돌이 뒤섞이면 20~30kg 정도 나간다. 수거되지 않은 폐비닐 7만여t을 멀칭비닐로 가정해보면 축구장 60여개를 덮을 수 있는 양이다.

멀칭용 폐비닐은 △2017년 25만1677t △2018년 24만340t △2019년 23만5551t △2020년 23만7939t이 발생, 영농폐비닐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농사를 위해 사용된 많은 양의 폐비닐은 분리배출과 수거, 처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함에도 운반인력, 처리시설 부족 등으로 인해 상당량이 불법으로 매립·소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괴산의 한 주민은 “농자재업체서 취급하고 있는 50~60종의 비닐류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멀칭비닐은 밭농사를 지을 때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자재”라며 “마을인근에 위치한 농경지에선 폐비닐의 분리배출이 잘 되고 있지만, 산간에 있는 밭에선 수거차량의 접근이 어려운데다 유류비조차 크게 올라 운반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 땅에 묻거나 소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조석준 기자 yoha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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