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각출한 돈으로 상품권에, 한우, 순금열쇠까지
매달 급식비 5만원 제출에도 교사들은 컵라면 뿐

A원장이 교직원들로 부터 받은 순금 열쇠.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속보=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횡령 등)로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 청주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이 교사들을 상대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관련기사 본보 3월 4일, 4월 15일, 7월 13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늘열린어린이집 원장 A(여·55)씨가 해당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금품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어린이집에서 퇴직한 교사가 넘겨 준 급식비 이체 목록. 매달 5만~10만원의 금액이 급식비 명목으로 이 어린이집 원장 개인 계좌로 넘어갔다.
이 어린이집에서 퇴직한 교사가 공개한 급식비 이체 목록. 매달 5만~10만원의 금액이 급식비 명목으로 이 어린이집 원장 개인 계좌로 넘어갔다.

 

이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다수의 교사에 따르면 A원장이 교사들을 상대로 금품 상납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A원장은 생일이거나, 매년 명절 등 특정일에 교사들로부터 순금 열쇠(2돈,58만2000원), 한우선물세트(50만원), 백화점 상품권(80만원) 등을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교사들 개인마다 일괄적으로 금액을 입금할 것을 요구하고,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이용해 미납 교사에게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A원장이 교직원들로 부터 받은 백화점 상품권 (10만원) 8장.
A원장이 교직원들로 부터 받은 백화점 상품권 (10만원) 8장.

 

A원장 최측근 교사는 단톡방에 빠른 급식비 납부를 요구했다.
A원장 최측근 교사는 단톡방에 빠른 급식비 납부를 요구했다.
지난 설에도 A원장의 선물을 사기 위해 교직원들에게 입금을 요구하는 A원장  측근 교사.
지난 설에도 A원장의 선물을 사기 위해 교직원들에게 입금을 요구하는 A원장 측근 교사.

 

한 교사는 “카카오톡 단체방에다가 ’XX선생님. 다른선생님들은 다 납부했는데 아직 납부안하셨네요. 빨리 납부하세요‘라고 대놓고 금품을 요구했다”라며 “선물하길 원치 않는 교사들까지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또 A씨는 이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전 교사들에게 매달 5만원을 개인통장으로 이체받았다. 교사 급식비 명목이다. A원장의 최측근 교사는 월급이 입금되면 바로 단톡방을 이용해 교사들에게 급식비 이체를 요구했다.

매달 5만원의 급식비를 제출한 교사들이 먹을 수 있던 건 이 컵라면들 뿐이었다.
매달 5만원의 급식비를 제출한 교사들이 먹을 수 있던 건 이 컵라면들 뿐이었다.

 

그러나, 급식비를 이체한 교사들이 제공받은 식사는 단지 ’컵라면‘뿐이다.


또 다른 교사는 “이 어린이집은 국공립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야간교사 급식비 등의 명목으로 1년에 보조금을 지원받는다”라며 “교사 30명이 매달 5만원 씩 1년에 1800만원을 급식비로 내는 데, 컵라면이 말이 되는 거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 어린이집을 퇴직한 한 교사는 “2020년 개원했는데, 2021년 10월까지는 교사들에게 급식비를 걷어 가고도 야간교사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없었다”라며 “컵라면 마저도 2021년 11월 이후에 지급되기 시작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청주 흥덕구청은 지난 한 해 이 어린이집에 급식비 2153만2000원을 지원했다.
청주 흥덕구청은 지난 한 해 이 어린이집에 급식비 2153만2000원을 지원했다.

 

이 어린이집은 지난해 24시간, 야간 교사 급식비 명목으로 지자체에서 2153만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어린이집 결산서를 살펴보면 보조금을 다 사용하고도 모자라 2238만8390원을 집행한 것으로 작성됐다. 지자체의 지원금과 교사 급식비를 합하면 A원장이 받은 돈은 약 4000여만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교사들에게 지급된 것은 고작 ‘컵라면’뿐이었다.

A원장이 교직원들로 부터 받은 한우세트. 교직원 회비로 50만원 상당의 지출이 발생했다.
A원장이 교직원들로 부터 받은 한우세트. 교직원 회비로 50만원 상당의 지출이 발생했다.

 

동양일보가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자 A원장은 “몸이 좋지 않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통화가 어렵다”고 거부했다. 이어 문자로 답변을 요구하자 “답변할 의향이 없다”라고 말했다.  신우식 기자 sewo91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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