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도로확장 도시계획선 건물 10m나 편입… 아직까지 그대로
관련부서 책임 떠넘기기만… 향후 계획도 없어 '불통행정' 비난

청주시가 도로를 확장한다며 지난 2008년 도시계획선을 그어 약 10m나 편입된 주택들. 건물 사진 왼쪽 끝부분까지 편입돼 있다.

[동양일보 이정규 기자]무려 14년.

청주시 내덕동에 사는 A씨(65)는 자신이 살고 있는 건물의 증·개축은커녕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에서 지난 2008년 내덕칠거리에서 오창방향 도로 확장을 위해 700m 가량 도시계획(선)을 수립한 후 아직까지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선으로 인해 A씨를 비롯해 도로변 많은 주민들의 건물이 약10m나 편입된 상태다.

A씨를 더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2022년 현재까지도 도로 확장에 대한 계획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본보가 A씨의 하소연을 듣고 시에 확인한 바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도시계획을 맡고 있는 신성장계획과는 14년 전 확장 필요성에 따라 도시계획을 세웠지만, 도로시설과에서 공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탓했다.

공사를 시행하는 주무부서인 도로시설과는 청주시에 상당수 '도로 개설 및 확장 공사'를 해야 하는데, 해당도로는 우선순위에 밀려있다고 설명했다.

교통량이 많아 차량 교행에 불편을 초래하면 다른 도로보다 먼저 공사를 시행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예산이 충분치 않아 도시계획대로 모든 공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러면서 신성장계획과가 도시계획을 담당하고 있어 필요 없다고 판단을 하면 언제든지 해제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신성장계획과는 도로시설과에서 건의가 있어야만 심의해 해제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양 부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다.

2008년 도시계획이 세워져 내덕칠거리에서 오창방향 도로 700m가량이 확장 공사 구간으로 정해졌다. 가운데 굵은 선이 주택을 통과하고 있는 도시계획선.
2008년 도시계획이 세워져 내덕칠거리에서 오창방향 도로 700m가량이 확장 공사 구간으로 정해졌다. 가운데 굵은 선이 주택을 통과하고 있는 도시계획선.

 

문제는 이러는 사이 도로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A씨는 “몇 번이나 청주시에 문의하고 해결해 달라고 애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계획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나마 A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일몰제'를 기다리는 것일 뿐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최초 결정일로부터 20년 다음 날이 실효일’이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앞으로 6년 후에는 도시계획선이 자동으로 해지될 수도 있다.

하지만 2028년, 20년을 채운 날이 오더라도 다시 시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기라도 한다면 또다시 묶이게 된다.

청주시는 단지 “도로건설 기본계획을 5년에 한 번씩 전체적으로 검토하는데, 현재 그 단계에 있다”며 “내년 정도면 필요성을 재확인해 순위대로 해제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A씨 등 편입 건물주들은 이마저도 반드시 해제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A씨는 “이범석 시장이 취임 후 주민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곳이 많다면 청주시 곳곳이 불통행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정규 기자 siqjaka@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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