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농사필수품 일반멀칭필름이 농촌 환경오염 주범
생분해성 멀칭필름 등 친환경농자재 전환 급선무
비싼 가격·성능 떨어지는 불량제품으로 보급차질
정부·지자체·농협 등 사업비 분담 적극 지원해야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한 마을 농가에서 영농폐비닐을 동시에 태우고 있는 모습.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한 마을 농가에서 영농폐비닐을 동시에 태우고 있는 모습.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최근 정부와 공공기관을 비롯한 기업들이 앞 다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저탄소정책 등을 선포,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농촌의 들녘에선 해마다 수많은 양의 영농폐비닐이 태워지거나 묻히면서 대기·토양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체 영농폐비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멀칭(Mulching)필름의 수거·처리는 수 십 년째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미 환경오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생분해성 멀칭필름이 출시됐지만, 가격이 비싼데다 성능과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제품의 유통으로 인해 농민들이 사용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동양일보는 충북도내 멀칭필름의 실태와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집중 보도한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한 농가에서 영농폐비닐과 쓰레기 등을 소각하면서 연기가 주변 밭을 뒤덮고 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한 농가에서 영농폐비닐과 쓰레기 등을 소각하면서 연기가 주변 밭을 뒤덮고 있다. 

 

●청정농촌 뒤덮는 영농폐비닐

충북을 비롯한 전국 각 지역의 농촌에선 처리시설이나 예산, 인력 등이 턱없이 부족해 해마다 엄청난 양의 영농폐비닐이 배출되고 있다. 영농폐기물 수거·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는 한국환경공단(이하 환경공단)을 비롯해 각 지자체에서도 영농폐비닐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곤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나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환경공단에서 발간한 2017~2020년도 영농폐기물조사에 따르면 국내 영농폐비닐(멀칭용, 하우스용, 기타 PVC·EVA·PO 등) 발생량은 2017년 31만4475t, 2018년 31만8775t, 2019년 31만153t, 2020년 30만7159t으로 매년 30만t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20년 전국 9개 시·도(영역)별 영농폐비닐 발생량과 증감률(전년도대비)을 살펴보면 △대구·경북 4만9049t(-1.4%) △광주·전남 4만7146t(3.0%) △부산·울산·경남 4만4752t(-6.7%) △서울·인천·경기 3만6345t(0.6%) △전북 3만5917t(-1.0%) △대전·세종·충남 3만5327t(-7.8%) △충북 2만4138t(4.0%) △강원 2만3986t(0.3%) △제주 1만497t(18.8%) 등이다.

이처럼 충북의 영농폐비닐 발생량은 전국 7위로 낮은 편이지만, 증가율에선 제주를 제외한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충북도내 각 시·군의 영농폐비닐 발생·증가량은 △청주 2786t(136t) △충주 2976t(60t) △제천 2418(35t) △보은 1533(48t) △옥천 2054(91t) △영동 2872t(142t) △증평 317t(9t) △진천 1525t(115t) △괴산 2693t(96t) △음성 3460t(159t) △단양 1504t(28t)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영농폐비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멀칭필름이다. 논·밭(노지)에서 농작물을 재배할 때 지온상승, 잡초억제, 토양수분, 토양의 입단구조 보호를 위해 경지토양의 표면에 덮어주는 이 비닐은 로덴(LDPE·저밀도폴리에틸렌), 하이덴(HDPE·고밀도폴리에틸렌)으로 구분되며 경작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히고 있다.

환경공단에 따르면 멀칭과 비닐하우스 재배로 매년 전국에서 32만t이 발생한다. 이 중 22.7%인 7.2만t이 수거되지 않은 채 방치되거나 임의로 소각 또는 매립되고 있다. 축구장 60여개를 덮을 수 있는 양이다. 특히 농에서 주로 쓰는 두께 0.012mm, 너비 90cm, 길이 1000m의 멀칭필름은 △2017년 25만1677t △2018년 24만340t △2019년 23만5551t △2020년 23만7939t이 발생, 영농폐비닐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도로가에 버려져 있는 영농폐비닐.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도로가에 버려져 있는 영농폐비닐.

 

●제자리 걷는 환경공단 수거·처리시스템

영농폐비닐은 각 지자체에서 마을별로 마련한 공동집하장으로 운반해 재질별(하우스, 로덴, 하이덴 등)로 분리배출하면 폐비닐 상태에 따라 kg당 A급은 140원, B급 100원, C급 60원의 수거보상비를 지급한다. 이어 한경공단과 계약한 민간위탁수거사업자가 충북도내 1224개 마을집하장에서 수거사업소로 운반하면 중간처리사업소나 폐비닐처리공장에서 절단-세척-건조 단계를 거친 뒤 재생원료인 펠릿 등으로 재탄생된다. 문제는 충북지역 공단 수거사업소는 4곳(청주·충주·옥천·진천), 민간위탁수거사업자가 12명에 불과한데다 중간처리사업소나 폐비닐처리공장은 아예 없다는 것이다. 즉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영농폐비닐의 수거와 처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구조로 상당량의 폐비닐이 농가에 그대로 방치되거나 자체 소각·매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산간지역 농가에선 해마다 발생하는 영농폐비닐을 쌓아 놓거나 태우고, 묻는 일이 이미 연례행사처럼 굳어진지 오래다. 농민들 대부분이 70~80대 고령인데다 경작지가 마을집하장과 멀리 떨어져 있고, 차량접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방치된 폐비닐은 바람에 날려 계곡에 쌓여, 장마 때 하류로 쓸려가 배수구와 하천을 막는 등 재해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국에 환경공단이 운영 중인 처리시설은 안동중간가공(8800t), 담양공장(1만t), 시화폐비닐재활용시설(7000t), 정읍공장(1만t), 안성폐비닐재활용시설(1만2000t), 성주중간가공(1만1200t), 의령중간가공(1만2000t) 등 단 7곳에 불과하다.

현재 충북에서 발생하는 영농폐비닐은 모두 경기도 안성의 폐비닐재활용시설로 운반되고 있다.

환경공단 영농폐기물조사에 따르면 전국 영농폐비닐 발생량 대비 수거량은 △2017년 31만4475t/19만8576t(63.1%) △2018년 31만8775t/19만5005t(61.1%) △2019년 31만153t/19만3378t(62.3%) △2020년 30만7159t/19만5191t(63.5%)으로 수거되지 않은 물량이 40%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활용량(재고량포함)은 △2017년 17만1936t △2018년 19만5397t △2019년 17만5878t △2020년 20만5894t이었다.

2020년 충북에서 발생한 영농폐비닐 2만4138t 중 수거량은 1만9666t, 처리량(재활용)은 2만5299t이었다.

지역별로는 괴산이 3681t으로 가장 많았고, 청주 3037t, 충주 2472t, 제천 2118t, 단양 1929t, 음성 1529t, 옥천 1334t, 보은 1266t, 진천 917t, 영동 912t, 증평 303t 등 총 1만9498t에 이른다.

이 수치는 환경공단에서 공식적으로 수거한 폐비닐양만 따진 것으로 농가에서 자체 처리했거나 민간수집업자가 가져간 양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실제 폐비닐 발생양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밭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영농폐비닐.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밭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영농폐비닐. 

 

●생분해성멀칭필름 등 친환경농자재 지원·교체 시급

매년 농촌에서 태워지고, 묻히는 영농폐비닐로 인해 대기와 토양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각 지자체나 환경공단도 예산과 처리시설을 늘리는 등 안간힘을 쓰곤 있지만 실질적인 수거·처리시스템을 갖추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특히 가장 많이 사용되는 멀칭필름은 지온상승, 잡초억제, 토양수분, 토양의 입단구조 보호 등 밭농사를 지을 때 필수적인 농자재지만 연간 22만~23만t 가량의 폐비닐이 발생되며, 폐기물 부담금을 t당 15만원으로 적용할 때 연간 330억~345억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생분해성 멀칭필름이 그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생분해성 멀칭필름은 설치(피복) 후 약 6개월이 지나면 햇빛에 의해 산화되고, 토양에 섞여 미생물에 의해 90% 이상 자연 분해되기 때문에 별도의 회수·폐기절차 없이 로타리 작업만 하면 된다. 즉 소각·매립 등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뿐만 아니라, 비용·시간·노동력 절감 효과가 매우 높다.

실제 200평 기준 농가에 적용한 결과 일반 멀칭필름은 필름값 7만5410원(0.03×0.4×200m), 필름회수인건비 20만원(2인), 운송·처리비 5만원 등 32만5410원이 소요된다. 반면 생분해성 멀칭필름은 필름 값 28만6550원(0.15×0.1×800m)외에 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일반 멀칭필름에 비해 -12%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많은 수의 농민들은 일반 멀칭필름대비 3.6~3.8배나 비싼 가격부담과 잘못된 사용법, 환경의식 부족 등으로 사용을 꺼리고 있다. 더욱이 친환경 원료와 과학적 배합비율에 따른 안정성, 환경표지인증, 현장실험 등을 거치지 않은 제품들마저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사실 생분해성 멀칭필름이 널리 보급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지원이 절실하다. 농민들 입장에선 아무리 환경오염예방과 시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해도 일반 멀칭필름의 4배 가까이 높은 생분해성 필름을 구입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0년 기준 충북도내 밭 면적은 △청주 6555ha(1982만8875평) △충주 8071ha(2441만4775평) △제천 7073ha(2139만5825평) △보은 4423ha(1337만9675평) △옥천 5258ha(1590만5450평) △영동 7529(2277만5225평) △증평 913ha(276만1825평) △진천 2873ha(869만825평) △괴산 7680ha(2323만2000평) △음성 7975ha(2412만4375평) △4560ha(1379만4000평) 등 모두 6만2910ha(1억9030만2750평)에 이르고 있다. 물론 실제 경지면적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도내 모든 밭에 일반 멀칭필름을 설치할 경우엔 363억4782만5250원이, 생분해성 멀칭필름은 1199억9073만2500원의 필름 값이 소요된다. 일반 멀칭필름과 생분해성 멀칭필름의 차액은 835억4290만7250원이며, 여기에 올해 도내 각 시군에서 영농폐비닐 수거 시 지급되는 수거보상금 24억2860만2000원을 제하면 811억1430만5250원이다.

따라서 농민들이 일반 멀칭필름 가격으로 생분해성 멀칭필름을 구입하기 위해선 835억4290만7250원의 보조금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한 마을입구 영농폐비닐 집하장에 폐멀칭비닐이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한 마을입구 영농폐비닐 집하장에 폐멀칭비닐이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 

 

충북도 관계자는 “생분해성 멀칭필름은 농촌의 토양과 대기오염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현재 농촌진흥청국립농업과학원에 생분해성 멀칭필름에 대한 성분의뢰를 했고, 그 결과가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라며 “토양오염 유무가 과학적으로 규명되는 대로 지원정책과 예산이 편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석준 기자 yoha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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