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학연구소, 25일 충주서 충북학포럼 개최

정호승 시인. 21세때의 모습.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나는/들 가온데 외로이 선 허수아비/소슬바람에 풍겨오는/메밀꽃 향기를 사랑한다’

충주 출신 월북시인 정호승(본명 정영택·1915~?)의 제목도 없는 4줄짜리 서시다.

정호승은 일제강점기, ‘모밀꽃’, ‘망두석’ 등 민족과 고난을 서정으로 승화시킨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특히 그의 비판적인 농민시는 당시대 어두웠던 농민들의 현실을 아름다운 감성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한국 문단에 큰 족적을 남긴 정호승을 기리는 포럼이 그의 고향인 충주에서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충북연구원 부설 충북학연구소는 오는 25일 오후 2시 충주세계무술박물관 다목적강당에서 올해 2차 충북학포럼 '모밀꽃 시인 정호승의 삶과 시 세계'를 개최한다.

정호승은 1948년 김구 선생과 함께 북한에 다녀오는 등 우리 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그러나 1950년 월북 이후 그의 존재와 생애는 지워지고 시는 잊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충북학연구소는 이번 포럼에서 작품 발굴과 연구를 통해 선생의 생애를 복원하고 그의 시 세계를 조명, 그 의미를 되새겨본다는 계획이다.

이날 행사는 충북문화재단이 주관해 펴낸 정호승 시집 <모밀꽃> 출간 기념식도 함께 진행된다.

1939년 출간된 <모밀꽃> 원문과 신문, 잡지에 발표한 원문 등 여러 자료를 모으고 주석을 달아 연구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읽기 쉽도록 했다.

행사 1부는 임승빈 청주대 명예교수의 기조 강연 '정호승 연구를 위한 몇 가지 제언'으로 시작된다. 이어 소종민 문학평론가(정호승 시의 정경), 장충덕 충북대 교수(정호승 시에 나타난 충북 방언), 이광욱 건국대 교수(1930년대 한국 시문학사와 정호승의 페이지)가 주제 발표를 한다.

2부의 종합 토론은 임기현 충북학연구소장이 좌장을 맡는다. 1부의 3명이 발제하며 강찬모 문학평론가, 김경렬 충북대 교수, 김병구 충주학연구소장, 송선미 시인이 토론한다.

충북학연구소는 충북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충북학 관련 의제 발굴과 담론 생산을 위한 충북학포럼을 해마다 개최해오고 있다.

포럼 외에도 시·군 지역학 연구의 중요성과 함께 각 지역학 연구 기관 사이의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에 발맞추기 위해 지역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충북연구원, 충주문화원, 충북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주최·주관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포럼이 학계와 도민에게 정호승의 삶과 문학을 알림은 물론 한국 근대 문학사에 그의 존재를 기록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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