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 “충북적십자 회장 포기”
충북지사 추천자 자격 반납...선출과정 문제점 지적
성영용 당선자 “스스로 사퇴라는 것은 없다”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차기 회장 선출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시종 충북지사(충북적십자 명예회장)로부터 추천을 받은 남기창(71) 전 청주대 교수가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남 전 교수는 27일 “향후 그 어떤 경우도 충북적십자 회장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 전 교수는 이날 ‘무엇이 진정 충북적십자를 위한 길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충북도에 제출해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추천자 자격을 반납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적십자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했다”며 “충북적십자 모든 관계자가 회장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회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장 선출 문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돼 도민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적십자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진정으로 적십자사를 위한 언행을 했는지를 모두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라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5월 이 지사께서 ‘회장직을 맡아 봉사해 달라’고 제의, 수락했던 것”이라며 “이후 겸허한 마음으로 인준을 기다렸는데, 상임위원회가 공개절차 없이 즉석투표를 진행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선거에 패한 사람이 되더라”고, 회장 선출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남 전 교수는 “고등학교와 대학시절부터 적십자 활동을 한 적십자인이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충북적십자에 근무를 한 적이 있어 나름대로 잘 해낼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어 이 지사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소임을 맡아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충북적십자 회장은 도지사가 추천하고 상임위에서 가부 결정을 통해 중앙회 총재가 임명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경선후보 등록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상임위원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인준을 부탁할 신분이 아니어서 도지사 추천에 따른 인준이 이뤄지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남 전 교수의 이날 태도 표명으로 20여일 가까이 갈등을 빚었던 충북적십자 회장 선출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동안 인준을 미뤄왔던 적십자사 본사와 남 전 교수를 추천했던 충북도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 관계자는 “남 전 교수의 의사표명과 관련해 현재까지 정리된 입장은 없다”며 “적십자사 본사의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적십자 중앙회로부터 사실상 ‘용퇴’주문을 받은 성영용 당선자는 이날 “절차상 하자가 없었던 만큼 스스로 사퇴라는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성 당선자는 “총재가 끝까지 인준을 안 해주면 일반 회원으로 봉사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다만 승인을 안 해주는 정확한 이유를 알고 넘어 갔으면 한다, 총재에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충북적십자는 지난 9일 상임위를 열어 그동안 지사가 추천한 인물을 회장으로 추대하던 관례를 깨고 경선을 통해 성영용 전 충북도교육위원회 의장을 신임회장으로 선출했으나 적십사 본사는 현재까지 성 의장의 회장 인준을 미루고 있다.<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