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 시갈골문학회 시집 발간
갈 수도 머물 수도 없는 그리움
2012-10-03 동양일보

음성군 노인복지관 시 창작교실을 수료한 70∼80대 노인 9명으로 구성된 시문학 동아리 시갈골문학회(회장 임기화)가 최근 ‘갈 수도 머물 수도 없는 그리움’이란 시집을 냈다.
시갈골은 시를 갈고 닦는 골짜기의 줄임말이다.
이번 시집 발간은 지난 2010년 10월 창간 시집 ‘벌 나비 날아들면 열매 맺는다’를 낸 지 2년 만이다.
2010년 1월 문을 연 시 창작교실에 다닌 이들은 그 해 8월 ‘시갈골문학회’를 만들었다.
현재는 시 치유반에서 마음을 정화하고 정신건강을 유지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펴낸 시집에는 회원들이 11편씩 모두 99편의 시를 수록했다.
삶의 경륜과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들을 투박하지만 정감 넘치는 언어로 담아 승화시켰다.
회원들의 시 창작을 지도한 증재록 시인은 “삶의 긴 여정에서 나온 지혜의 깊이가 그대로 운율에 나타나 지난 세월을 영화로 보듯 추억이 되살아남을 느낄 수 있다”고 칭찬했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은 74세.
최고령인 한충자(82)씨는 10년 전에 한글을 익혀 까막눈에서 탈출한 뒤 75세 때부터 시를 써왔다.
2008년에는 ‘봄꽃은 희망이고 가을꽃은 행복이다’라는 시집을 내 ‘문맹에서 시인까지’라는 별칭을 얻으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봄꽃은 희망이고 가을꽃은 행복이다’란 개인 시집을 펴낸 한충자(여·82)씨.
시집 ‘늦게 피는 꽃도 향기 짙어’를 펴낸 조순례(여·73)씨.
수박농사를 지으며 70세에 한글을 배운 이명재(여·72)씨.
시집 ‘풀 섶 헤치고 마주친 이야기’를 출간한 정연기(72)씨.
서울서 목회활동을 하다 농촌에 내려온 김종태(76) 목사.
자녀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토털사이트에 합격시킨 임기화(여·70)씨.
허희숙(여·70)·이화섭(여·72)·이영자(여·76)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2010년 8월 음성군노인복지관에서 시 치유로 마음을 정화하고 시 짓기 공부로 정신건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만나 시갈골문학회를 결성했다.
증재록 시인은 발문을 통해 “일흔 살. 환갑을 지나고 다시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지나 맞은 나이, 인생의 마무리를 향해 가는 나이에 기억력을 되살려 추억의 아름다움에 젖고 사고력을 동원해 이 많은 세월을 더듬어 99편의 시를 엮었다”라며 “삶의 긴 여정에서 나온 지혜의 깊이가 그대로 운율에 나타나 지난 세월을 영화로 보듯 추억이 되살아나는 시를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음성/서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