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간의 본성을 들추다
영화 ‘7번방의 선물’ ‘더 헌트’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오는 24일 잇따라 개봉한다. 6세 지능의 천사 같은 아빠와 7세의 똘똘하고 예쁜 딸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담은 ‘7번방의 선물’과 폭력을 가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덴마크 영화 ‘더 헌트’가 그것.
두 영화를 통해 삶을 돌아보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도 좋겠다.
●딸바보의 슬픈사랑 ‘7번방의 선물’
6세 지능의 천사 같은 아빠와 7세의 똘똘하고 예쁜 딸.
영화 ‘7번방의 선물’은 서로 끔찍이도 아끼는 두 사람이 세상의 오해와 불의에 맞서 피워내는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6세 지능을 가진 용구(류승룡 분)는 마트 주차장에서 일하며 7세 딸 예승(갈소원)과 알콩달콩 살아간다.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을 좋아하는 예승을 위해 용구는 월급날 세일러문 가방을 사주기로 약속하고 함께 가게에 가지만 다른 사람이 사가는 바람에 사주지 못한다.
며칠 뒤 주차장에 있던 용구는 가방 가게에서 세일러문 가방을 사간 여자아이와 마주치고, 여자아이는 용구에게 세일러문 가방을 파는 곳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용구는 아이를 졸졸 뒤따라가다가 시장 골목 모퉁이를 지난 아이가 갑자기 넘어져 의식을 잃자 당황한다.
순진한 용구는 아이를 살려보려고 인공호흡을 시도하다 지나가던 사람에게 목격돼 오해를 받고 아동 성추행·살해 혐의로 체포된다.
교도소에 수감된 용구는 하루종일 딸에 대한 생각뿐.
이런 용구를 위해 교도소의 7번방 친구들(오달수, 김정태, 박원상, 정만식)은 작전을 꾸며 예승을 교도소 안으로 잠입시킨다. 용구와 예승, 7번방 친구들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되고, 친구들은 사형 선고를 받은 용구의 누명을 풀어주기 위해 애쓴다.
영화는 아이 지능을 가진 천사 같은 아빠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예쁜 딸 아이의 절절한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영화 ‘아이 엠 샘’(2001)을 떠올리게 한다. 숀 펜, 다코타 패닝, 미셸 파이퍼 주연의 이 영화는 7살 지능의 아빠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느냐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놓고 슬픈 법정 다툼을 벌이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비슷한 설정에서 출발하는 영화 ‘7번방의 선물’ 역시 그런 최루성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세상에서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와 딸이 생이별하게 되는 상황은 안타깝다.
여러 조연 배우들의 다채로운 조합은 감칠맛을 내고, 아역 배우 갈소원의 깜찍한 연기도 사랑스럽다.
●마녀사냥의 황량한 풍경 ‘더 헌트’
인간은 공동체 없이 살 수 없지만, 공동체는 한 인간을 쉽게 죽일 수 있다. 마녀사냥은 중세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한 인간에 대한 공동체의 집단 오해와 낙인, 단죄 의식은 마른 장작에 불이 붙듯 순식간에 번져나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개개인이 그 마녀사냥의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덴마크 영화 ‘더 헌트’는 집단의 일원이면서 동시에 한 개인으로서 폭력을 가하고 당하는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혼 후 고향 마을로 내려온 루카스(매즈 미켈슨 분)는 유치원 교사로 일자리를 얻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아들 마커스 양육권 문제로 전처와 다투지만, 결국 간절한 바람대로 아들과 함께 살 수 있게 돼 들뜬다.
동네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테오의 집을 자주 오가며 그의 막내딸 클라라와 친해진다. 그 과정에서 클라라는 루카스에게 과도한 애정 표현을 해 그를 당황하게 한다. 루카스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타이르자 클라라는 토라진다.
그러더니 아이는 엉뚱하게 유치원 원장에게 루카스 선생님의 성기를 봤다는 말을 한다.
아이의 말을 진실로 믿은 원장이 루카스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루카스에게는 지옥 같은 나날이 시작된다.
결백하다는 그의 말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심지어 다른 아이들까지 비슷한 성추행을 당했다는 말을 하면서 루카스는 악질 범죄자이자 변태, 정신병자로 취급받는다.
영화는 촘촘한 장면 구성으로 관객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이야기를 따라가게 한다. 주인공 루카스에게 가해지는 마을 사람들의 폭력은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주인공의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은 목이 조여오듯 숨이 막힌다.
특히 루카스의 아들까지 범죄자나 바이러스 보균자 취급을 받고 쫓겨나는 상황, 누구 짓인지조차 모르는 익명의 테러는 섬뜩한 공포로 다가온다.
주연배우 매즈 미켈슨의 섬세한 연기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파고든다. 특히 마지막 성당의 눈물 장면은 압권이다. 그는 이 영화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최근 개봉된 ‘로얄 어페어’에 이어 또다른 색깔의 연기를 보여주며 보석 같은 배우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게 한다.
<김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