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너무해

2013-03-11     동양일보
 
아침에 다문화가족협회 사무총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평소 형과 아우로 잘 지내는 사이라 언제든지 허물없이 통화를 하곤 했다. 농사철이라 바쁘지만 꼭 해야 할 말이 있단다. 뭐가 그리 급하고 많았는지 한참 통화를 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홍삼 엑기스를 제조하는 건실한 청년 실업인이다. 늘 바쁘게 사는 모습이 좋아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통화하면 즐거운 사이다. 첫 마디가 조금 슬프게 들려왔다. 요즘 언론에서 다문화가정의 어두운 면을 너무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가정보다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넘어가기에 버거운 면도 많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다문화가정이 정착했다고 하기보다는 정착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므로 이들의 성장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격려할 필요도 있다. 지나치게 과대포장해서 보도하면 모든 다문화가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대해석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가능하면 긍정적인 측면에서 다문화가정에 접근하는 것을 원했고, 지금도 행복한 다문화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립하는 것을 지켜보았으며, 이웃과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살아왔다. 조만간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주역으로 성장할 시기가 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녀가 나라의 주역이 될 날이 곧 올 것이다. 어쩌면 필자가 무덤에 들어가기 전에 다문화가정에서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다. 긍정적으로 나라의 미래를 보고싶다. 언론은 시대를 앞서가야 한다. 신문이나 방송은 이들이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키면 국민들은 이들이 모두 잘못 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다문화가정의 남편들은 모두가 폭력적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하고, 편협한 시각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안티문화가 성장할 수도 있다.
다문화협회 사무총장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처가 식구에 대한 한국의 배려가 너무 가혹하다고 한다. 사실 국제결혼을 하지 않은 필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처부모를 모셔다가 함께 사는 것이 뭐가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의 설명은 그게 아니었다. 노동력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처가에서 구해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의 의견을 요약해 본다. 요즘 농촌은 일손이 매우 부족하다. 농사를 지으려면 퇴비도 뿌려야 하고 밭도 갈아야 하며, 병충해 방재작업도 해야 한다. 엄청나게 바쁘다. 아이는 어리고 아내가 돕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 어린 아이 돌보기도 바쁜데 바깥 일까지 도와달라고 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아이들이라도 봐 주고 집안일만이라도 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또한 어차피 한국인을 채용해도 임금이 나가야 하는데 처가 식구들을 불러다가 낮은 임금을 주고 아이도 보게 하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겠는가 하였다. 그건 쉬운 방법인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필자의 반문에 그는 출입국관리소를 탓한다. 아마 처가식구들이 한국에 입국해서 노동자로서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면 안 되는 모양이다.(이 부분은 필자가 아직 확인하지 못해서 추측의 어휘를 쓴다) 그의 말에 의하면 한국에 입국해서 노동을 하고 돈이 외국으로 나가니까 자칫 불법 노동자로 되고, 불법체류자가 되기도 한다고 하였다. 사위집에서 손녀를 돌보고 농촌의 일손을 돕고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인데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농촌에서는 낮은 임금으로 사람을 살 수 있으니 좋고, 처가 식구들은 가족도 만나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서로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하고 언성을 높인다. 일리가 있는 말인데 왜 실현되지 못할까 궁금하다. 아마도 출입국관리법이나 이민관련법, 국제결혼법 등이 서로 상충되어 그런 것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모두가 편견없이 잘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는데 옆에 앉아 공부하던 John이 부른다. “교수!, 구경이 뭐여?” 입국한지 1주일 된 미국인이다. 참으로 어색하다. 아직 교수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가르치지 않았고, 한국어도 잘 모르니 조금 황당하지만 그래도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가려고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거기서 한국어를 배우려고 이곳까지 유학을 왔으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대한민국의 국격이 높아진 것을 실감하는 아침이다.
<중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