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빛나게 하는 무대미술 명인 민병구

한국예총 한국예술문화명인 인증
단학 극복… 무대미술계의 거장으로 성장
최고의 무대, 후학양성 힘쓸 계획

2013-12-01     김재옥
 
사람의 손은 나무의 나이테와 같다. 나무를 가로로 잘랐을 때 동심원 모양의 테를 통해 나무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의 손은 그 모양을 통해 지난 세월을, 현재의 모습을 모두 짐작할 수 있게 한다.

(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예총)에서 지난달 27일 한국예술문화명인 인증을 받은 무대미술가 민병구(47·청원군 내수읍 입동리 150-62·010-9566-2253) 중부무대미술연구소 대표의 손은 온통 페인트 투성이다. 못이 찔리고 나무에 긁혀 상처도 많다.

민 대표의 진가를 잘 모르는 사람은 그가 청하는 악수에 선뜻 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손은 언제나 작업 현장에 있다. 연극은 물론 무용과 뮤지컬, 악극 등 무대 공연의 배경막부터 작은 소품 하나하나까지 직접 그리고 만들 수 있어 한 공간에서 완벽한 무대가 완성되는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지지만, 덕분에 재주 많은 손은 쉴 틈이 없다.

한국예총에서 예술문화 명인들의 새로운 평가와 동기부여를 위해 명인 자격을 부여하는 2회 한국예술문화명인 무대예술 부문에 민씨가 선정됐다.

한국화가이기도 한 민 대표는 1989년 극단 새벽의 연극 오셀로무대제작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연극과 무용, 오페라, 방송 등 1600여회에 걸쳐 무대제작을 한 점이 높이 평가 받았다.

앞으로 무대미술가로서 이뤄야 할 것이 많은데 명인 인증을 받아 기쁘기도 하지만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제가 만든 무대를 통해 연극과 무용 등의 공연이 관객들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더욱 완벽한 무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무대 제작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한 해 평균 140여개의 무대를 만드는 이름난 무대미술가로 성장하기까지 신뢰와 부지런함, 꼼꼼한 실력으로 견뎌온 그의 20년은 길고 외로운 시간이었다. 지금은 대학 강의까지 나갈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고졸이라는 학력은 그에게 늘 걸림돌이었다. 한국화가로, 무대미술가로 그림과 무대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전문예술가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 견뎌야 했다.

대학에서 그림과 공연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이유로 작품 자체에 관해 평가받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돌이켜보면 밤샘 작업해야 하는 몸의 고단함보다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명약은 쓰다고 했던가. 세상의 인정을 받기까지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오랜 시간 힘들었지만 그때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일에 열중했다. 그림과 서예는 물론이고 목공과 주물 등 무대미술을 위해 필요한 모든 기술을 다 배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손으로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단학이 늘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 때문에 실력을 키우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 밤을 지세며 무대를 제작하고 전국을 누비며 무대를 세우면서 느꼈던 보람과 기쁨을 후배들도 느낄 수 있도록 후학 양성에도 애쓰겠습니다.”

1967
년 청주에서 출생한 그는 조치원고(현 세종고)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무대미술가로 활동했다. 서울미술제특별상과 대전전국연극제·광주전국연극제 무대미술상, 충북연극제 특별상, 충북우수예술인상, 청주예총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충북예총 기획위원, 청주문화원 운영위원, 한국무대미술가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김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