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건망증으로 시작되는 치매 예방법은?
박상근 (주)충남고속 기획실장
과거에는 65세 이상 노인성 치매를 노망이라 했는데, 요즘은 나이와 상관없는 알콜성 치매증상이 늘며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치매가족의 한사람으로 이를 진단한다.
취객 한사람이 차에 타지도 않은 채 “읍내 갑시다!”하니 운전기사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퉁명스럽게 “여기가 읍내요!”한다. 그러자 비틀비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1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쥐어주며 하는 말 “여보슈! 앞으론 천천히 좀 달리슈” 이 정도면 거의 치매 수준이다.
음주단속이 염려된 한 애주가는 술자리 약속이 있어 아예 차를 집에 두고 나왔다. 걱정 없이 마음껏 마신 뒤 귀가하려니 취중에도 음주운전이 걱정됐는지 주인한테 대리운전을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후 대리운전자에게 키를 건네고 한참을 찾아 헤매니 집에 있는 차가 있을리 만무다.
건망증은 물건을 둔 장소나 약속시간을 잊어버리는 정도로 즉 자동차 키를 한손에 쥐고 찾는 다거나 통화중인 휴대폰을 찾는 정도지만, 키나 휴대폰을 살피며 “이게 어디에 쓰는 물건이지?”하면 곤란하다.
건망증은 젊은층보다 40대 이후 중·장년층, 남성보다는 가사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나 통계에 의하면 건망증 환자의 60% 이상이 여성이고, 주부 중 80%이상이 건망증을 경험해 치매환자도 남성의 2배가 된다고 한다.
주부 건망증의 주요 원인은 심리적 요인과 출산·폐경 등으로 인한 신체변화로 대부분의 여성이 가사와 육아라는 단순노동에 매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치매란 어떤 질병의 이름이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사고력, 판단력, 계산능력 등 지적능력의 감소가 일상이나 사회생활에 장애요인이 될 때 이것을 병적으로 간주한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배우자 없이 혼자 살거나 담배를 피우는 노인이 치매에 더 잘 걸린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원만치 못한 부부관계, 빨래와 청소 같은 단순 허드렛일만 한다거나, 치아상태가 안 좋아 음식물을 씹는 활동이 줄어들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지난해 치매환자 수는 58만여명, 65세 이상 노인인구 10명중 1명 꼴로 급속히 늘어 연평균 25% 증가 추세이나 장년층은 암을 가장 두려워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대상이 치매로 옮아간다.
치매가족이 겪은 증상 초기는 흔히 약속을 잘 잊어버리고,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 못하며 같은 말을 되풀이 하다가 심해지면 모든 학습능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언어장애도 뒤따라 앞뒤가 안 맞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하다가 나중엔 발음이 안돼 마치 벙어리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심하면 외출했다가 집을 몰라 헤매다 옆 집 사람을 만나 간신히 집에 와서는 귀여운 손주에게 ‘너는 누구냐?’ 한다거나, 방금 식사를 끝내고는 밥 안줬다고 화를 내기도 하고 며느리가 돈을 훔쳐갔다고 때리려 한다.
하지만 환자 중 60%는 치료가 가능해 이를 예방하려면 많이 읽고, 많이 씹고, 많이 걷는 3다(多)수칙을 꾸준히 지키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평소 건망증과 배우자의 죽음이나 만성질환,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상당수 노인들이 우울증을 호소하는데 이를 치매로 잘못 오인할 수 있다. 그러나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조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예방을 위해서는 고립은 금물이고 종교단체나 친목모임에 나가 친구를 사귀거나 장기, 바둑, 화투놀이 등 소일거리를 찾아 머리를 많이 쓰면 쓸수록 치매에 덜 걸린다는 사실을 가족 모두가 인지하고 협력해야 한다.
노인들이 생산성 있는 사회활동으로 활기 있는 노후 생활을 보낸다면 용돈도 벌고 건강도 지키며 치매도 예방된다니 그야말로 1석3조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