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대신 ‘책’ 그곳에선 책과 친구 맺어요

(2) 어린이전문서점 서당

2014-03-18     조아라


털실만큼 하얀 머리를 가진 푸근한 덩치의 할머니가 책을 읽어줄 것만 같은 곳. 색색깔의 키 작은 의자와 연탄난로 위 푸르르 물이 끓는 주전자가 정겨운 곳. 낡은 동화책 한 페이지에 나올 듯한 이곳은 바로 청주 유일의 어린이전문서점 ‘서당(청주시 상당구 영동 53-8·☏043-255-4539)’이다.

서당은 영유아와 아동, 청소년 대상의 책을 팔고, 책을 매개로 교감한다.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이 손님 개개인에 맞는 책을 골라준다는 것. 이곳을 운영하는 김해정 대표는 자신이 직접 서점 안의 모든 책을 읽어 보고, 아이의 특성과 취향을 고려해 책을 선별하고 조언도 해준다. 아이와 이야기하고 눈을 맞춰 보면 그 아이의 독서력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한, 두질씩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을, 그 흔한 전집류도 없다. 오로지 단행본만을 판매한다. 작가의 창의력과 창작력에 상관없이 출판사의 기획에 맞춰 구성된 전집은 아이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책을 잘 고르려면 글과 그림이 잘 조화되었는지 봐야 한다. 조잡하지 않고 재미와 감동도 있어야 한다”며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엄마가 꼭 한 번 읽어본 후에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당에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문학교실을 열고 있다. 정원제로 운영되는 문학교실은 엄마들 사이에 조금씩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이제 ‘대기’없이는 수업을 듣기도 어려울 정도다.

“논술이나 독서지도가 아니라 아이들이 책의 진정한 재미와 감동을 느껴 평생 책과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업이에요.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 자기 삶을 건강하게 가꿀 수 있는 힘을 얻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하죠.”

미술관나들이, 크리스마스 파티, 서당에서 1박2일 등 책과 관련된 문화 행사도 수시로 진행된다. 연회비 1만원의 서당 회원으로 가입하면 문화 행사에 참여하고 10% 할인 혜택(1년 이상 된 도서)을 받을 수 있다. 청주시내에 거주하는 고객에 한해 김 대표가 출퇴근길에 직접 책을 전해주는 책 배달 서비스도 제공한다. 우편으로 책을 보내주기도 한다. 서당에 의뢰해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매달 2~3권씩 책을 보내주는 고객들도 꽤 있다.

독서지도사 등으로 활동하다 1999년 지인이 운영하던 이곳을 인수해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김 대표는 서당과의 인연을 그저 ‘운명’이라 말했다.

“IMF 이후라 사업하기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제가 책을 좋아하고 아이들도 좋아하니까 아무 계산 없이 그냥 무작정 시작한거지 이익을 추구하려 했다면 결코 지금까지 꾸려나가지 못했을꺼에요.”

그는 자신을 ‘백조’라 표현했다. 서점 운영이 보기에는 정말 우아해 보일지 모르지만 물 아래서는 발을 동동 거리며 힘겹게 버티고 있다는 것. 사실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해 하루 만에 받아보는 시대에 지역에서 15년간 서점을 운영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루 매출이 채 10만원도 안되고, 단 한 권의 책도 팔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지역의 대형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동안에도 김 대표는 서당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동안 서당의 든든한 가족이 되어 준 단골손님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10여년 전, 이곳을 드나들며 책과 함께 놀던 아이들이 지금 올곧은 청년으로 자라 있는 모습을 보며 일종의 사명감도 느끼곤 한다.

아이와 함께 서당을 찾은 안현숙씨는 “무심코 책을 사려다가도 서당에 가서 한번 물어보고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며 “청주에 이런 서점이 있어서 우리가 이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전하는 팁 하나. 아이가 책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가장 좋은 비결은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자주 읽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세요. 그리고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줘야 하지요. 독서 방법에 있어 엄마가 욕심을 부려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는 부모님들이 먼저 바뀌어야 해요. 너무 급하게 가려하지 않고 내 아이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