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안전으로 가족을 생각하다.

2014-04-30     동양일보


임효식 진천 백곡면 의용소방대장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한반도가 큰 슬픔에 잠겨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로 인하여 봉우리를 채

피우지 못한 수많은 고교생들이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떠났다. 가슴 깊이 안타까운 마음과 슬픔을 주체

할 수 없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물론, 지난 20여년을 백곡면민의 안전지킴이로서 봉

사를 제2의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의용소방대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재난은 인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각종 화재와 재난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이지만 이번 침몰사고는

오롯이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사실이 필자를 더 깊은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백곡면

의용소방대도 한때는 존폐의 위기를 겪기도 하였다. 소방서 지역대의 통폐합으로 인하여 주민들이 소방

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처지에서 내부의 갈등이 폭발하기도 하였으나, 자랑스런 대원들의 슬기로운 대

처로 갈등을 봉합하고 이제는 백곡지역을 위하여 더 많은 봉사활동을 펼치는 각성제가 되기도 하였다.

 올해도 우리 의용소방대원들은 주민들의 안전과 관련된 소방 시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먼저

독거노인 1:1 돌봄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의 독거노인과 우리 의소대원들이 자매결연을 맺

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각종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시책에 진천군 정신건강증진센터

와 협약을 체결하여 자살예방 홍보도 겸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8년 연속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우리나라도 점차 노인들의 자살률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울러 U-119 안심콜 서비스 제도를 홍보하고 있다. 본인 또는 대리인이 평소에 전화번호, 질병, 보호

자 연락처를 미리 등록하여 119로 신고하게 되면 가장 가까운 소방 출동대에 자동적으로 통보되는 시스

템으로,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처치 등 맞춤형 응급처치 이송이 주목적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처

가 어려운 독거노인이나 장애우에게 아주 유용한 제도이다. 이런 백곡면 특성상 농업이 주를 이루고 주

민들의 고령화가 가속되는 실정에서, 바쁜 농번기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주는 대원들이 한없이 고맙고

자랑스럽기만 하다.

 매년 5월이면 전국 자치단체별로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을 실시해 왔다. 전국이 세월호 침몰사고로 애

통해 하는 이 시국에서 그동안 실시되었던 훈련은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언론보도를 통하여 적나

라하게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점은 향후 실시될 훈련을 통하여 과감하게 혁신을 해야 할 것이다. 그중에

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각종 유형별 재난 지휘체계의 일원화라고 본다. 책상물림이 아닌 재난을 현

장에서 몸과 마음으로 뛰는 조직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소위 책상물림들이 사무실에 앉아서 좌

지우지하는 재난활동 수습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번 재난에도 나타났듯이 부처간 서로 다른 보고와

발표로 국민들의 혼란은 가중되었고, 이에 편승하여 재난 수습은 더디게 진행된 일련의 사태를 타산지석

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가정의날, 부부의날 등 각종 가족 개념의

기념일이 가득한 5월에는 생동감 넘치는 자연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처럼 주변의 모든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안전한 5월을 꿈꾸는 건 요원한 것일까
 내 가족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결코 방관할 사람은 없듯이 모두가 내 가족의 안전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사회 전반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은 저 푸른 5월의 숲에 묻어 버리고, 눈부신 햇살을 마음껏 누리는 세상

을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