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누군가에게는 큰 희망이
남길우 영동군청 생활보장팀장
2014-05-28 동양일보

지난주에 단양에 있는 소백산 비로봉을 다녀왔다. 죽령탐방지원센터에서 비로봉까지는 11.3km나 되는 장거리이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물을 적게 갖고 가서 정상을 훨씬 못 미쳐 물이 다 떨어졌다. 입은 마르고 몸은 지치고 그늘에 축 늘어진 난 물 한 모금이 꼭 필요했다. 그때 옆에 지나가던 등산객이 매우 안쓰러워 보였는지 본인도 부족해 보이는 그 소중한 물을 나눠 주었다. 그 물이 나에게는 큰 희망이었고 아름다운 비로봉 정상을 탐할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
서두에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물 한 모금이 나에게 큰 희망을 준 것처럼 영동군청에서 사 먹는 커피 한잔이 중증 장애인에게 꿈과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말하기 위해서다.
영동군청 주민복지과 생활보장팀장으로 도 인사교류로 와서 근무한지가 10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5월 29일 영동군청 내에 희망을 나누는 ‘레인보우 카페’가 문을 연 것이다.
본 사업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공공기관 연계 중증장애인 창업형 일자리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5000만 원을 확보해 추진하는 것으로 군 단위 자치단체에서는 전국 최초 영동군이 실시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사실 지금에서야 말이지만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영동군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는 김정수 팀장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가 사업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는 그 간절한 눈빛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믿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복지관에서 바리스타로 훈련하고 있는 어느 장애인이 나로 하여금 해야만 하는 사업임을 알게 해 주었다. 그 장애인은 그전에는 사람들에게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훈련을 통해 고객의 눈을 마주치며 “고객님 무엇을 드시겠습니까”를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을 보고, 훈련이 아니라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어떨까를 생각하니 이건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임이 확고해졌다.
하지만 이 사업이 공모 신청에서 선정되기까지는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았다.
본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영동군청에 공간을 마련, 건축물 용도를 1종 근린생활 시설로 변경해야만 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관련 실·과에 협의가 돼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설득해야 하는 난제가 있었다. 우리 부서 입장이 있듯이 다른 부서에서도 나름의 반대 이유가 있음은 당연하다. 다행히도 좋은 취지를 감안해서 내 손을 잡아 준 그분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 고맙다는 말을 전해 주고 싶다. 이로써 공모 신청은 할 수가 있었다.
그 다음은 선정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군 단위에서 전국 처음으로 신청하니까 중증장애인의 실력과 수요측면을 고려,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허나 현장 평가를 나온 심사위원 한 분이 장애인복지관에서 만드는 아름다운 커피 맛을 보고, 영동군청에서 품고 있는 장애인 복지에 대한 의지를 보며, 작품 한 번 만들어 보시라고 큰 선물을 안겨 주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희망을 나누는 ‘레인보우 카페’다.
이번 레이보우 카페 개소를 보며 서산대사의 시이자 김구 선생님의 좌우명이 생각난다.
‘눈 덮인 들판을 걸을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어렵지만 공을 들여 탄생한 이 카페가 반드시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다른 시·군 단위 자치단체에 널리 퍼지기를 희망한다.
또한, 본 사업의 이름처럼 이 곳 희망을 나누는 ‘레인보우 카페’에서 아름다운 커피 한잔으로 삶의 여유도 느끼고, 당당하게 일하는 장애인 바리스타 분들에게는 큰 희망을 주는 작지만 위대한 나눔 실천 행동이 펼쳐지기를 소망해 본다.
그러면 따뜻한 영동군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영동군청으로 오세요! 희망을 나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피향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