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내 가족에게 먼저 눈길을 돌려주세요.

제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이 완 형

2014-06-04     동양일보

“남편이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내고 나서 전화기가 꺼져 연락 안돼요. 도와주세요. 제발 제 남편을 살려주세요.”
112에 신고가 접수된다.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경찰관들이 동원되어 수색을 실시한다. 어렵게 제천 모 지역에 선산이 있음을 확인하고 경찰관들이 출동해 주변을 수색한지 한참 만에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려는 남자를 발견해 가족의 품에 돌려보냈다.
그 남성은 사업실패를 비관해 세상을 등지려던 중이었다. 다행히 목숨을 건져 가족과 만난 그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가족을 부여안고 그저 눈물만 흘렸다.
그 가족의 아픔을 누가 이해 할 수 있으랴만, 소중한 생명을 지켜냈다는 뿌듯함보다는 다신 이런 일이 없어야 할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에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 졌다.
요즘은 가출인이 발생하면 112에 신고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실시하는 것이 상식화 돼 있다. 술을 마시고 일행들과 헤어져 택시를 탄 후 아침이 되도록 귀가하지 않아 가족의 애를 태우는 20대 여성부터 친구 집에 놀러 간다고 나갔다가 해가져도 돌아오지 않는 10대 청소년 등 정말 다양한 유형의 실종자?가출인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가출인은 법률적으로는 몇 가지로 나뉜다.
크게는 ‘실종아동’등과 ‘가출인’으로 나뉘는데 ‘실종아동’등이란 약취?유인 또는 유기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가출하거나, 길을 잃는 등의 사유로 인해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등을 말한다.
이 개념은 실종당시 18세미만인 아동과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또는 정신장애인, 치매환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실종아동등은 더 깊이 다루면 ‘실종아동등’은
‘찾는실종아동등’ ‘보호실종아동등’, ‘장기실종아동등’으로 나뉘게 된다.
가출인은 신고시점을 기준으로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18세 이상의 사람을 말하는데 그 중 만 18세 이상 19세 미만은 ‘가출청소년’, 19세 이상은‘가출성인’으로 분류하게 된다.
경찰에서는 일단 가출이건, 실종이건 불문하고 신고가 접수되면 범죄와의 연관성부터 각종 사고나 가정문제에 의한 단순 가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강력사건에 준해 모든 가용인력을 동원해 수사와 수색을 병행하게 된다.
가출은 범죄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처럼 경찰에서 초기부터 총력대응을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그 사람이 어디에 사는 누구든 무엇을 하는 사람이건 그 가족들에겐 정말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경찰에서 가출문제를 이처럼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실종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단순 가출이라 해도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출청소년들은 유흥비마련을 위해 절도, 청소년 성범죄 등 범죄의 유혹에 노출될 수 있고 성인들도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기조인 4대악척결이나 사회적 약자 보호정책과도 연결돼 있다.
통계에 의하면 제천경찰서에는 올2월부터 4월까지 모두 38건의 가출신고가 접수됐으며 타 관내에서 발생해 위치추적을 통해 공조요청을 받은 것을 포함하면 60건을 넘어선다.
한 달 평균 20건 이상의 실종자?가출인을 처리하는 셈인데 그 중에는 안타깝게도 세상을 등진채로 가족과 마주하는 경우가 가끔 있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문제는 건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이러한 가출원인의 상당부분이 가정의 평화가 흔들리면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경계해야겠지만 상담을 해보면 대다수의 가출청소년들이 가정폭력이나 결손가정 등 가족구성원간의 문제, 사업 실패 등 경제적 문제에서 기인한 경우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의 소중함에 있어서는 어른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자살예방센터 한국생명의 전화(1588-9191)로 전화를 걸어 “자꾸만 자살충동이 든다.”며 도와달라던 50대 후반의 남성을 찾아내 정신건강센터에 연결해 구조한 일이 있었다.
그 남성 역시 가정이 깨어진 이후 밀려오는 허전함과 답답함이 우울증으로 발전한 경우였다.
이런 예를 들지 않아도 가정의 소중함에 대하여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소중한 가정의 평화를 지킬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맞벌이, 어려운 경제여건, 힘든 현실을 탓하며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울려나오는 한숨 가득한 목소리를 외면한 것은 아닌지. 내 남편, 내 가족, 내 형제의 힘들고 고단한 삶의 무게를 나눠지기는커녕 더 무겁게 한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보아야겠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정작 실천에 옮기려 노력해 본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소중한 것에 대한 가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눈을 돌려 소중한 내 가족, 내 부모형제, 내 이웃의 아픔부터 챙겨보도록 하자.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재산도, 지위도 아닌 지금 이 시간 바로 내 옆에서 곤히 잠든 소중한 가족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