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노인병원 문제 해결국면
이승훈 청주시장, 노조와 대화 “불법 나오면 위탁해지 검토할 것”
폭력 혐의 직원 외 나머지 복직도…시청 앞 점거 11시간 만 풀려
장기화된 갈등 속에 시장실 점거에 이은 강제해산, 시청사 앞 점거 등 악화일로를 걷던 청주노인전문병원 노사 양측이 화해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충북지부 청주시노인전문병원분회는 30일 “경찰에 연행됐던 3명의 노조원이 풀려났고, 부당해고·대기발령자 복직문제가 해결되면서 29일 밤 11시 해단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또 “단식 농성을 해왔던 권옥자 분회장은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이로써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청주노인병원 농성은 24일 만에 마무리됐다.
그간 노조는 교대제 근무 문제점 등을 들어 병원 위탁 해지를 주장했고, 병원 측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라는 의견을 보여 양측이 평행선을 달려왔다. 그동안 시는 노사문제는 시의 개입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노조가 시청 앞 단식농성에 이어 전날에는 시장실 점거로 일부 노조원이 연행되고, 이에 항의하며 경찰과 대치상황이 벌어지는 등 사태는 더욱 갈등 국면으로 치달았다.
청주시에 병원 위탁 계약 해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노조원들은 29일 낮 12시 40분께 이승훈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을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퇴거에 불응한 노조원 3명을 업무 방해 혐의로 입건했지만 이날 밤 11시 10분께 이들을 석방했다.
이런 가운데 이 시장이 노사 양측과 만나면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열렸다. 노사갈등이 길어질 경우 환자 안전문제까지 걱정되는 상황인 만큼 최후의 수단으로 병원운영 위탁 계약 해지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
이 시장은 이날 밤 9시께 시청 소회의실에서 권 분회장과 민주노총 의료연대 임원 등 4명과 만나 이 같은 의사를 밝혔다.
이 시장은 “다음달부터 청주노인전문병원의 운영 실태를 포함해 노조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부당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것”이라며 “입원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 면담 조사도 함께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결과에서 계약 해지에 해당하는 중대한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아 계약을 해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청주지방노동위원회가 병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인정한 만큼 노사협상에 앞서 복직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노조 측 요구를 들은 뒤 한수환 원장을 만나 해고자 복직을 권고했다.
병원 측도 폭력 등 혐의가 있는 직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을 복직키로 해 갈등이 일단락됐다. 병원 측은 해고된 간병사 3명, 대기발령 중인 간병사 2명과 버스기사 1명 등 총 6명을 11월 1일 업무에 복귀시킬 계획이다.
이 병원 노사는 다음주부터 노인병원 정상화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양측의 큰 입장변화는 없으나 계속 대화를 하기로 하면서 청주노인병원 노사 갈등은 한층 완화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시장실 무단 점거 등 파국으로 치닫는 듯 했던 청주노인병원 노사갈등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며 “결렬된 집중 교섭 재개를 위해 시가 중재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노사 간 협상테이블에 나서는 게 우선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도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