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YWCA 서부종합사회복지관 요리·나눔 동아리

‘또닥또닥’ 도마 위에서 들려오는 ‘실버’들의 푸근한 삶

2014-11-19     조아라 기자

 

매달 한 차례 만든 음식… 거동 불편한 재가 노인에 배달

요리 실습 땐 어린 시절로… 서툰 ‘칼질’에도 넉넉한 사랑

“남자 체면에 주방엘”… 꺼려하던 마음이 이젠 보람으로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매달 셋째 주 월요일 오후. 청주YWCA 서부종합사회복지관 식당이 북적댄다. 요리 동아리의 반찬 만들기 실습이 있는 날. 요리 동아리는 사랑과 정성을 양념으로 음식을 만들고, 나눔 동아리는 이날 만든 음식을 거동이 불편한 재가 어르신들에게 배달한다. 행복과 즐거움은 덤이다.

요리 동아리와 나눔 동아리는 서부복지관이 진행하는 ‘어깨동무 내 동무’ 프로그램(원예·풍물·나눔·무비·요리·뜨개질·노래·장기 등 8개의 동아리로 구성)에 참가하는 60~80대로 이루어진 모임이다.

요리 동아리는 식사 해결에 어려움을 느끼는 남자 어르신들이 집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만들어 드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3월 처음 구성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여러 가지 밑반찬 만들기를 실습하던 동아리는 따뜻한 마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기로 했다. 거동이 불편해 복지관까지 와 식사를 하지 못하는 재가 어르신들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전해주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매달 셋째 주 화요일마다 재가 어르신들은 기존의 반찬 외에 서비스 반찬 1~2가지를 덤으로 받게 됐다. 그동안 멸치볶음, 오이김치, 양념깻잎, 고추된장무침 등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요리 동아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반찬은 치아가 좋지 않은 어르신들을 배려해 씹기 좋게 만들고, 건강을 생각해 간을 약하게 한다.

요리 실습 시간. 동아리 회원들은 마치 가정 수업을 받는 중학생으로 되돌아 간 듯 즐겁다. 멋쩍어 주변으로만 맴도는 남성들을 대신해 여성들이 능숙하게 칼질을 한다. 재능 기부로 동아리 지도를 하는 허은영씨가 이들을 돕는다.

오순해(76·여)씨는 “처음에는 전부 남자였고 나 혼자 여자였는데 여성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 한명이 더 영입됐다”며 “남자들의 서툰 칼질이 우습다. 우리들은 맛볼 것만 조금씩 가져가고 가능한 재가 어르신들 댁으로 많이 보내려고 한다. 우리가 만든 것을 맛있게 드실 생각을 하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윤진선 사회복지사는 “처음 요리 동아리를 구성할 때는 어르신들이 남자가 어떻게 주방에 들어가 칼을 만지냐며 굉장히 싫어하셨다”며 “설득하기 힘들었지만 막상 동아리 활동을 하시다보니 많은 보람과 자긍심을 느끼시는 것 같다. 다음 달에는 언제 하냐고 묻기도 하시는 등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하셨다”고 밝혔다.

음식 배달은 나눔 동아리의 몫이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복지관에 나와 재가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배달한다. 반찬 배달 뿐 아니라 복지관 주변의 환경 정리와 급식 봉사 등도 나눔 동아리 어르신들이 도맡는다.

매일 복지관 주변을 청소하고 있는 최병덕(83)씨는 “평소 약도 먹지 않을 정도로 20대 못지않게 건강하다. 자전거를 타고 육거리까지 다녀올 정도”라며 “아직까지 남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다”며 밝게 웃었다.

윤 사회복지사는 “나눔 동아리 어르신들은 봉사가 몸에 밴 분들로 맡은 일에 강한 책임감을 보이신다”며 “반찬 배달을 하시던 나눔 동아리의 한 어르신이 쓰러져 위독하신 상황에서도 배달을 못나가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셨을 때 마음이 짠했다”고 전했다.

반찬을 받고 환하게 웃는 이들의 모습을 볼 때, 더러웠던 복지관 주변이 깨끗해졌을 때 느끼는 보람과 기쁨은 봉사활동의 원동력이 된다.

나눔 동아리 대표인 이금섭(73)씨는 “보통 자전거로 배달을 하는데 비가 와서 그냥 걸어서 배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 손에는 우산을, 한 손에는 반찬을 들고 한참 걸어가는데 너무 힘들어 계속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1년 넘게 4가정을 대상으로 봉사했는데 만나는 분들마다 모두 다 좋아하셔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이 꾸준히 봉사를 하는 이유는 바로 복지관이 ‘우리 집’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복지관으로 향하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 집이나 다름없이 느껴진다는 것. 우리 집이기에 화분에 물을 주고, 바닥을 쓸고, 나무를 사다 심고 가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7년째 복지관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여신현(79)씨는 “최근 가장 걱정되는 것은 복지관 주위의 나무가 우거지기만 하고 아름답지 못해 손질을 좀 했으면 하는 것”이라며 “복지관이 없으면 외로워서 못 살 것이다. 복지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부족하나마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신의 자리에서 의미 찾는 세상되길”

박미영 청주YWCA 서부종합사회복지관장

“퍼즐 조각 하나는 무의미하게 보이지만, 그 조각들이 모여 의미 있는 그림을 완성합니다. 퍼즐 조각 하나, 하나 똑같이 가치가 있고 귀한 것이지요. 사람도 그렇습니다. 귀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서로 조화를 이뤄 자신의 자리에서 의미를 찾아갈 때, 아름다운 세상을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박미영(46·사진) 청주YWCA 서부종합사회복지관장은 사람에 대한 깊은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나눔의 삶’을 강조하는 박 관장. 나눔 동아리와 요리 동아리는 모든 사람은 귀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그의 신념에 의해 탄생됐다.

동아리 조직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남성 독거노인들에게 요리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요리 동아리), 환경정리와 반찬 배달을 하는 이들을 지지하고자(나눔 동아리) 결성했던 동아리는 이제 복지관의 다른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참가자들은 그 안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스스로에게 큰 힘이 되어 간다. 힘없고 쓸모없는 노인이라는 자기 비하는 지역 사회에 나눔과 감사를 실천하고 있다는 자긍심으로 바뀌었다.

복지관 이용자들의 기적 같은 변화를 만나는 순간, 박 관장은 짜릿한 행복을 느낀다. 폭력 피해 여성이 고난을 이겨내고 대학에 진학하는 모습을 봤을 때, 공부방 청소년들이 대학에 진학해 선생님처럼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고 얘기해줬을 때, 복지관에 오면 천상에 온 듯 행복하다는 사람들의 고백을 들었을 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이다.

그는 “각 동아리는 어르신과 봉사자들이 주체가 돼 지지체계를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동아리 어르신들이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까울 수 있는 동무에게 지지체계가 되어 주며, 지속적으로 복지관과 지역사회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동아리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