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62. 치유력이 가장 높은 단어 ‘어머니’

2016-03-22     동양일보

(동양일보)소금은 물에 잘 녹는다. 완전히 녹아 자신을 타자와 일체화시킨다. 현상은 변했으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어느 곳에서나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집단의 이익에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과 같다.

바다는 소금이 있어 보존되고 인간 사회는 어머니가 있어 보존된다.

소금의 헌신처럼 자신을 온전히 헌신하는 사람이 각 가정마다 존재한다. 이름하여 어머니이다. 하느님은 각 가정마다 다 갈 수 없어 어머니를 보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단어들 중에서 가장 치유력이 높은 단어가 엄마, 어머니라는 단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자식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온전히 헌신하는 사랑 때문일 것이다.

한국전쟁 때였다. 혹독한 겨울, 미국인 선교사도 피란의 행렬을 따라갔다. 자동차가 고장 나 다리 위에 멈춰 섰다. 다리 밑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곳에 가 보니 어떤 여성이 발가벗은 채 얼어 죽어 있었다. 여성의 품안에는 갓 태어난 아기가 울고 있었다. 피란 가던 여성이 홀로 해산한 것이다. 어머니는 아기를 살리고자 자신의 옷을 모두 벗어 아이를 감싸 안았다. 선교사는 아기를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 아기가 자라서 대학생이 됐을 때, 선교사는 자기가 입양할 수밖에 없었던 내력을 상세히 들려주었다. 추운 겨울이 오자 아들은 ‘그 자리에 저를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선교사와 아들은 그 다리 밑을 찾아갔다. 아들은 자신의 옷을 벗어서 어머니가 죽었던 자리에 놓고 엎드려 울부짖었다. ‘어머니, 그날 얼마나 추웠을까요, 저를 살리려고 어머니가 죽었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들이 그 때 어머니의 자리에 와서 오열하고 있다. 모원단장(母猿斷腸), 아들의 애끊는 듯한 울음이 독자의 목울대를 자극한다. 어머니의 헌신이 열매를 맺은 것일까. 자식을 위해 목숨까지 내어준 어머니와 선교사의 구원의 손길 그리고 성장한 아들의 비통한 울음이 잘 짜여진 흑백영화 같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치의 휴머니즘 영화 말이다. 이 영화의 주제 또한 선명하다. 사랑이란 벌거벗고 내어주는 것이며, 목숨까지 내어주는 것이며, 타인의 불행을 나의 불행으로 껴안는 것이다.

1990년대 한 시인이 출옥하자마자 이런 말을 했다. 감옥에 있어 보니까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둘 있음을 알았습니다. 죄를 짓고 들어온 사람들한테도 꼬박꼬박 밥이 나오더군요. 컴퓨터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쌀이 없으면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또 하나는 어머니였어요. 사람의 발길이 다 끊어졌는데 꼭 찾아오는 한 사람이 있는데 그분이 어머니더군요. 대통령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어머니가 없으면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사랑의 가치는 희생과 헌신이다.(그라시아)’ 그 가치를 가진 사람이 어머니이다. 어머니의 그 큰 희생과 헌신의 값은 지구 전체보다도 클 수 있겠다. ‘저울 한쪽 편에 세계를 얹어놓고 다른 한 편에 어머니를 실어놓으면 세계를 얹어놓은 편이 훨씬 가벼울 것이다.(랑구랄)’

<청주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