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김영란법 시행 초기 혼란 최소화해야<지영수>

지영수(취재부 부국장)

2016-09-18     지영수 기자

법 제정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영란법’이 드디어 현실화 된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열흘 후인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적용대상자가 400만명에 달해 우리 사회의 접대와 부조, 인간관계, 조직문화 등에 일대 변혁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법 시행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내용을 잘 모르는 국민이 상당수여서 시행초기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번 추석명절 오랜만에 고향에 모인 가족이나 친구끼리 김영란법이 대화거리가 됐지만 정확한 내용을 모르거나 관심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언론을 통해 ‘3만원(식사)·5만원(선물)·10만원(경조사비)’은 자주 들어서 알았지만 다른 내용은 거의 몰랐다.
이번 추석 때 줄어든 선물을 보며 김영란법의 위력을 벌써 느꼈다는 반응도 있다.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은 피부로 실감했다는 반응이다. 매년 남편한테 들어오던 한우나 과일선물들이 명절 장을 보는 비용 부담을 덜어줬는데 이번 추석에는 고기가 빠져 비용이 더 들어갔다고 한다.
충북지역 언론계와 관가, 경제계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떤 경우 위법이고 어떤 경우 합법 범주에 포함되는 지를 두고 각 기관마다 설명회를 열고 자체 감사를 강화하는 등 분주하다.
충북도는 감사관실이 주축이 돼 매일 아침 내부망에 ‘일일학습’ 창을 띄워 구체적인 부정청탁 사례와 그에 따른 처벌 법규 등을 소개하고 있다.
동양일보는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법조문과 언론관련 문·답 교육의 시간을 가졌다.
첫 법률 시행을 앞두고 처벌 사례가 전무한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직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조치다.
충북도는 세부 실천방안과 대응 계획도 마련했다. 법 시행에 앞서 청탁방지담당관 지정 확대, 실국·직속기관·사업소별 청탁유형 발굴 대응, 청탁금지법 교육·홍보 집중, 청렴 실천 강조의 달 운영,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 자체 감찰활동 강화 등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감사관을 총괄로 본청·의회·소방·직속기관·사업소에 전체 28명의 청탁방지담당관을 지정하고 청탁금지법 교육·상담은 물론 위반행위의 신고 접수·조사·처리에 신속히 대응할 방침이다.
법이 시행되는 이달을 청렴 실천 강조의 달로 지정하고 전 직원 청렴 실천 서약과 청렴 실천 캠페인도 추진한다.
김영란법은 부패 없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을 담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기관의 성격이나 사안에 따라 법 저촉 여부를 가를 ‘공익상 목적’이나 ‘직무 관련성’, ‘사회상규’ 등의 경계가 모호해 시행 초기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충북에서 처음으로 청주상공회의소 주최 기업인 대상 ‘청탁금지법 시행과 기업의 대응과제’ 설명회가 열렸으나 법 규정이 모호한 데다, 주최 측의 명쾌한 설명과 답변이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참석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평이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간사 김태흠(보령·서천) 의원은 지난 17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을 4급 이상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나머지 5급 이하 공무원과 교직원, 언론인 등 기타 대상자는 적용 시점을 시행 이후 1년 6개월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시행 초기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농림·축산·수산 등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산업이 점진적으로 이 법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한 차원에서다.
김영란법이 시행초기여서 온전한 모양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애매모호한 적용으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자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미비점을 계속 보완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